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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몽사 문고 34, 41소년소녀세계문학전집/계몽사 문고 2021. 1. 23. 12:32728x90
34 지저세계 펠루시다 / 버로우즈
원제: At the Earth's Core (1914)
저자: 에드거 라이스 버로스(Edgar Rice Burroughs, 1875.9.1–1950.3.19)
41 밀림의 왕자 타아잔 / 버로우즈
원제: Tarzan of the Apes (1912)
계몽사 문고에는 미국 펄프 픽션의 대가 에드거 라이스 버로스의 대표작 두 편이 실려 있다.
펄프 픽션이란 미국에서 대략 1890년대에서 1950년대 사이 출간된 잡지의 종류다. 짧은 단편 모음 혹은 아예 단권 형식으로 값싸게 팔리던 잡지인데 대략 10센트로, 일반 잡지 가격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다고 한다.
또한 이런 잡지에 실리던 흥미 위주의 단편 소설들도 펄프 픽션(pulp fiction)이라고도 부른다.
거기에는 온갖 종류의 작품들이 다 선을 보였고 당연히 질은 그다지 높지 않았다. 그런데 이게 대중적으로 큰 인기를 끌면서 결국 후대에 이르러서는 이 펄프 픽션이 현대의 판타지와 SF를 하나의 문학으로 정착시킨 것으로 인정 받고 있다.
21세기에 영화로 바뀌면서 엄청난 반향을 불러일으키고 있는 미국의 수퍼 히어로 영화의 원작인 코믹스 역시 이 펄프 픽션의 후손으로 볼 수 있을 것이다.
버로스는 처음에는 군인의 길을 걸었으나 건강 문제로 퇴역하고 생활고를 겪던 중에 우연히 1911년 <화성의 달 아래서(Under The Moons of Mars)>라는 장편을 써서 펄프픽션 잡지 <올 스토리>에 1912년 6회 연재로 실리게 된다. 이것이 그 유명한 <바숨 연대기> 11부작의 제1권이다.
그리고 바로 뒤이어 1912년 그의 대표작 중 대표작 <유인원 타잔>을 발표한다. 타잔 24부작 연작의 첫 작품이며 계몽사 문고에 실린 책이 바로 이 작품이다.
이후 버로스는 비슷한 주인공, 줄거리지만 배경이 우주와 지하 세계 등을 현란하게 오가는 공상모험소설을 발표해 이후의 모험, 판타지, SF 장르에 막대한 영향력을 미쳤다.
<지저 세계> 연작도 모두 7편이 발표되었는데, 미지의 지하 세계로 들어간다는 줄거리는 쥘 베른의 <지구 속 여행>과 비슷하지만 훨씬 더 경쾌한 미국 식 모험담과 연애담을 보여줌으로서 역시 큰 인기를 끌었다.
계몽사 문고의 경우 두 권 모두 일본어 판본을 가져다 쓴 것으로 생각된다. 특히 <지저 세계 펠루시다>는 일본어 제목 <地底世界ペルシダー> 그대로인데, 그렇다 하더라도 버로스의 새로운 작품을 소개한 것은 큰 의미가 있다고 생각된다.
개인적인 느낌을 조금 더 적는다. 계몽사 <타잔>의 경우 원작의 의도와는 다르게 내가 읽었던 번역본의 느낌은 어딘가 모르게 쓸쓸한 성장 소설 같은 느낌이었다. 주인공 타잔, 영국 귀족 그레이스톡 가문의 후계자는 태어난 지 얼마후 친부모가 모두 사망했고 자신을 키워준 유인원 어머니도 불행한 죽음을 맞이한다. 그리고 태어나 처음 사랑하게 된 여인은 역시 깊은 우정을 나누게 된 남자의 약혼자였는데, 이 남자는 또 자신의 사촌으로, 자신이 신분을 밝히고 영국으로 돌아가 정식 상속자가 되면 모든 것을 다 잃게 될 처지였다.
책의 마지막에 타잔은 자신은 원래 유인원의 아들이며 고향으로 돌아갈 뿐이라고 여인에게 작별의 인사를 남기고 쓸쓸하게, 혹은 한층 더 성숙해진 듯한 담담한 모습으로 떠난다. 우정을 지키면서 또한 사랑하는 여인을 원래대로 대귀족의 부인으로 만들어주기 위해 모든 걸 포기한 것이다.
아프리카의 밀림에서 짐승들과 함께 자랐지만 오히려 보통의 인간을 훨씬 더 초월하는 성숙함을 보여주는 타잔의 모습이 전성보 화백의 삽화로 표현이 되는데, 전성보 화백이 그리는 주인공들의 모습은 주인공임에도 불구하고 늘 묘하게 어딘지 모르게 지치고 쓸쓸한 분위기를 풍긴다.
그런 생각으로 바라보면 그야말로 딱 맞는 삽화가가 삽화를 그린 셈이며, 1984년 발표된 영화 <그레이스톡 타잔(Greystoke: The Legend of Tarzan, Lord of the Apes)>도 내가 생각하는 분위기와 비슷하게 맞아떨어지는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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