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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요일의 기적
홀가분해진 '나'는 빅웜에 가서 그간 적었던 학교 이야기들, '배움의 집의 기록'을 찢어 버린다. 어머니의 두통은 아침부터 시작되었다. 서류를 받으러 학교에 갔다온 후였다. '여섯 눈'이 어머니에게 야단을 쳤다고 했다. 마루샤는 모두 너 때문이라며 야단을 쳤다. 식료품을 사러 가게에 가는 길에 '나'는 밉살스러운 튠틴을 만난다. 튠틴의 업신여김을 듣고 '나'는 화가 나서 그의 지팡이를 낚아채어 두 동강 내고는 던져버린다. 튠틴은 소리를 지르며 대문 안으로 달아났다.
갑자기 화가가 되어
트인디린델 소개로 '나'는 간판 그림을 그리는 사람 보조하는 일을 시작한다. 처음에는 부끄러웠지만 점점 자신의 모습에 익숙해져갔다. 그러나 어머니를 보게 되면 가슴이 아파왔다. 어머니는 그 날 이후 내색을 하지 않았지만, 그리고 일을 하는 것에 기뻐하는 것 같았지만 몹시 여위어 있었다. 어느날 주인공이 어머니에게 자신이 꼭 훌륭한 사람이 될 것이라는 말을 하자 어머니는 갑자기 얼굴을 와락 끌어당기더니 여기저기 입을 맞추었다. 다정했지만 평소에는 입을 맞춰주지도 응석부리도록 내버려두지도 않았던 어머니였다. 나는 벌떡 일어나서 내일부터 시작할 것이라고 말한다.
나의 길
'나'는 혼자 공부를 시작했다. 티모샤도 공부를 도와주었다. 어머니는 공부할 기회를 잃어버린 아들이 앞으로 고작 할 수 있는 일은 조그만 가게 점원 정도라고 생각하고 있었다가 공부를 다시 하는 '나'를 보고 기막힌 선물이라도 받은 것처럼 기뻐했다. 어머니는 마치 음악이라도 듣는 듯 '나'와 티모샤의 공부하는 목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어머니는 또 빨래를 하거나 꽃에 물을 줄 때에도 전처럼 작은 목소리로 훌륭한 노래를 부르게 되었고, 우크라이나 작가 크비트카 오스노비야넨코가 지은 소설 '하랴프스키 나리'를 읽고는 눈물을 흘려가며 웃게 되었다.
흥! 지긋지긋한 녀석
'나'는 아나호비치 씨를 보조하는 일거리가 적어지자 그것을 그만두고 여러가지 일자리를 전전했다. 아직 지붕 위에서 일을 하던 무렵, 어느날 집에 돌아가는 중에 '나'는 리타 바진스카야를 보게 되었다. 부끄러워하며 몸을 수그리던 그를 보고 리타 바진스카야는 '흥! 지긋지긋한 녀석'이라며 독설을 퍼부었다. 그녀의 친구도 '중학생에서 청소부로 탈바꿈했다면서?'라며 비웃었다. '나'는 충격을 받았지만 곧 그녀가 하찮은 여자아이임을 깨달은 것으로 만족하게 되었다.
마음속의 폭풍
1년쯤 지나자 '나'는 나태해졌다. 7학년 과정을 공부하던 중 갑자기 게을러진 주인공은 교과서도, 티모샤와도 멀리하게 되었다. '나'는 자전거 경기의 챔피언 '우트치킨'에 누구보다도 열중했고 료나 아리겔라키와 거대한 연을 만들어 날리며 놀았다. 어머니는 한 번도 '나'를 흘겨보거나 하지 않았다. 그러나 내가 문 옆에 서면 갑자기 어머니의 눈꺼풀과 눈썹이 바르르 떨리고 빨간 입술이 꽉 다물어졌다. 옳지못한 생활은 석 달 동안이나 계속되었다. 7월로 접어들면서 '나'는 아에 집을 나온 것이나 같은 꼴이 되어 식구들에게도 얼굴을 보이지 않았다. 어느날 '나'는 까닭모를 노여움을 느껴 되돌아보아도 식은땀을 흐를 정도의 지독한 말을 어머니에게 하며 집을 나갔다. 페촘킨 집안 사람들과 친구가 되어 물고기를 낚고 거미를 쫓아다니고 배가 고파서 견딜 수 없을 정도가 되면 어머니의 빨래를 도와주던 마랑카의 땅굴같은 지하실에 가서 밥을 얻어 먹었다. 사실은 어머니가 미리 알고 주인공이 좋아하는 음식을 마랑카에게 보내주곤 했던 것을 나중에서야 알게 된다. 밤에는 바닷가에 가서 남의 배 안에서 잤다. 하지만 다른 집없는 소년들도 그 곳을 알게 되어 주인공을 내쫓았고 하는 수없이 주인공은 모래 위에 누워서 잤다.
다시 공부방으로
추운 겨울까지 그런 생활을 계속 했더라면 떠돌아다니는 거지 신세로 눈 덮인 들판 위에서 얼어죽었을 것이다. 이무렵 거리에는 인플루엔자가 유행하고 있었다. 티모샤의 동생에게서 티모샤가 인플루엔자에 걸려 쓸쓸히 누워있다는 말을 듣고 오랜만에 '나'는 깨끗한 모습으로 친구를 찾아간다. 티모샤는 무척 쇠약해져 있었다. 티모샤는 다른 사람들처럼 '나'를 업신여기거나 불쌍히여기는 눈길을 던지지 않았고 오히려 건강한 그를 부러워하였다. '나'는 티모샤를 위해 어려운 대수 문제를 풀었다. 곧이어 티모샤와 주인공은 까다롭고 귀찮은 다른 문제를 함께 풀고, 베르길리우스의 시를 번역하기도 한다. '나'는 집으로, 빅웜으로 돌아와 자신도 모르게 오랫동안 내버려뒀던 교과서를 끄집어 내었다. 이튿날 집 안으로 들어가자 어머니는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그를 대한다. '나'는 다시 공부에 열중했다. 전처럼 티모샤와 함께 라틴어, 고대 그리스어 공부에 열중했다. 악마의 시험은 끝났고 다시는 그런 시험이나 유혹에 굴하지 않았다.
조용한 날 갑자기
'나'는 정신없이 책에 달라붙어 어마어마하게 많은 양을 읽었다. 티모샤는 하루가 다르게 건강을 되찾아 9월 끝무렵에는 모든 과목 시험에 합격했다. '나'는 료카의 소개로 두 아이에게 라틴어를 가르치는 일도 맡게 되었다. 생활이 조금씩 좋아지고 있을 무렵이었다. 난데없이 뜻하지 않은 큰 일이 일어났다. 어느날 셀세네비치 부인을 만나 트인디린델에 대한 이야기를 듣게 된 것이다.
불안과 의심
트린디린델 시토크는 감방에 갇혀 있었다. 지난주 화요일 밤, 그는 치크아노바 부인이 외출하고 없는 집에 몰래 들어가 물건들을 몽땅 훔쳐냈다는 것이다. 경찰이 트인디린델의 방을 뒤졌을 때 방 마룻장 밑에 치크아노바 부인의 물건들이 나왔다고 했다. 트인디린델의 부인 틸랴도 같이 끌려갔다. 주변 사람들은 모두 트인디린델이 나쁜 놈이었다고 믿고, '나'도 그렇게 생각하며 배신감을 느낀다.
진실을 보는 눈
어머니만은 틸랴와 트인디린델이 무죄라고 믿고 있다. 재판에서도 트인디린델 부부는 무죄를 주장한다. 증인으로 나선 조르카 드라콘디디는 몇 년 전 일까지 들추며 아주 자세하게 트인디린델의 절도행각을 증언했다. 하지만 판견을 내리기 한 젊은 서기가 재판관 곁으로 걸어가서 서류 꾸러미를 보이면서 뭐라고 바쁘게 수군거렸고, 판결은 보류되었다. 주인공이 재판 광경을 알려주기 위해 집으로 가니 어머니는 또 편두통으로 눈이 쑥 들어가고 파리한 얼굴로 소파에 누워 있었다. 며칠 후, 조르카 드라콘디디가 위조지폐를 은행에 바꾸러 온 것을 경찰이 붙잡았다. 그의 집을 수색하던 경찰관들은 아무 것도 찾아내지 못했다. 그런데 그날 밤, 경찰관들은 그의 형인 검은 수염의 남자 페미스토클 드라콘디디가 경영하는 '음료수의 집'을 덮쳐 빈 명을 쌓아 놓은 구멍 밑바닥에서 금귀걸이, 반지 따위의 귀중품을 발견했다. 그 가운데는 치크아노바 부인의 시계도 섞여 있었다. 조르카의 본 직업은 도둑이었고, 음료를 파는 형 페미스토클은 훔친 물건을 감춰두거나 맡아주었던 것이다. 트인디린델 집에는 반쯤 썩은 널빤지 층계가 셋쯤 붙어 있었고, 그 맨 윗단을 들어올리면 구멍이 뚫리고 그 집 마루 밑으로 들어가게 되어 있었다. 그것을 조르카 드라콘디디가 보고 치크아노바 부인의 집을 턴 후 비싼 것만 자신이 갖고, 싼 물건은 트인디린델의 집 마루 밑으로 몰래 밀어넣은 다음 가짜 이름으로 쓴 편지를 경찰서장 카라바시에게 보내어 밀고했던 것이었다. 트인디린델은 열한 살 무렵부터 도둑패에 속해 있었는데, 그 두목이 바로 페미스토클이었다. 트인디린델이 도둑질을 그만두자 페미스토클은 무섭게 화를 내었는데, 언젠가는 트인디린델이 자신을 밀고할 것이라 생각하여 여러모로 그를 설득했다. 하지만 트인디린델은 넘어가지 않았고, 도둑패들은 그를 골탕먹여 주기위해 이런 짓을 벌였다. 트인디린델의 집 건너편 같은 건물 2층에 사는 꼽추 이글리츠키만이 조르카가 수상한 짓을 하는 것을 목격했다. 트인디린델이 경찰에 붙잡힌 것을 알고 이글리츠키는 권력있는 친척의 힘을 빌어 재판을 처음부터다시 하도록 했다. 트인디린델과 틸랴는 풀려났다. '나'는 그를 의심한 것이 너무나 부끄러웠다. 이 사건은 '나'에게 엄한 가르침을 주었다. 집에서는 다시 기운을 되찾은 어머니가 밤참을 만들어놓고 있었다.
큰 변화 작은 변화
바벤티코프 형제는 학교를 그만두고 하사관 지원병이 되었다. 스쵸파 브가이는 어깨가 떡 벌어지고 햇볕에 그을어 남자다워졌을 뿐만 아니라 선원 모자를 쓰고 짧은 파이프를 뻐끔거렸다. 퉤! 하고 침을 뱉는 모습까지도 어엿한 선원이었다. 여전히 깡마른 무냐 블로힌은 갑자기 큰 배우가 된 듯 더위 따윈 아랑곳 하지 않고 헐렁한 양복 웃옷에 큼직한 보랏빛 리본을 달고 슬픈 목소리로 '어제까지는 스스로 행복을 물리친 나였다'라고 소리 지르며 주위 사람들을 괴롭혔다. 혀짧은 소리로 발음하여 그것은 이렇게 들렸다.
어지까지는 시시로
행복을 무리찐 나였졌다.
바리카 튠틴은 살찐 돼지가 되어 리타 바진스카야와 함께 돌아다녔다. 반에서 가장 머리가 좋았던 로보다와 본달츄크는 방학 동안 다윈을 읽고 무신론을 믿다가 그리고리 즈예프가 포크로프스카야 교회로 가서 멜레치 신부를 만나 그들을 일러바친 일로 인해 어떤 벌을 받을 지 몰라 몹시 겁먹고 있었다. '나'도 성장했다. 웃입술 언저리에 수염이 생기고, 핀치 몬치 선생님이 갖고 있던 것 같은 짧은 지팡이를 구하고 머리카락을 어깨까지 늘어뜨렸다. 마루샤는 학교를 졸업했다. 남매는 어른이 되어 전처럼 싸우지 않게 되었고, 개인 교수로 돈을 벌었다. 집안 형편이 나아지자 어머니는 빨래 일을 그만두고 자신이 좋아하는 수 놓는 일을 할 수 있게 되었다. 틸랴는 붉은 머리 남자 아이를 낳았다. 마랑카는 쌍둥이를 낳은지 얼마 안되어 거칠고 술주정뱅이인데다가 게으름뱅이인 사베리와 헤어졌다. 마랑카는 다시 옛날의 발랄하고 시원스러운 그녀로 돌아갔다. 드라콘디디는 감방에서 풀려나와 다시 전에 하던 일을 시작했다.
맨 마지막으로
핀치 몬치 선생님이 침대 밑에서 납작해진 헌 트렁크를 끌어내어 '데 이 피사레프 전집'이라는 책을 꺼내어 나에게 준 뒤로 '나'의 소년시절은 영원히 돌아오지 않는 옛날이 되었다. 다른 사람들은 모두 대학생이 되어있었지만 '나'는 여전히 5학년 때 학교에서 쫓겨난 채로 혼자 공부하고 있었다. 중학교 전 과정의 검정 시험에서 2번이나 떨어졌다. 위원회는 계속해서 '하녀 자식'을 거부했던 것이다. 3년 만에 '나'는 핀치 몬치 선생님과 바실리 니키치치 선생님이 있는 리셀리예프스카야 중학교에 시험을 쳐서 좋은 성적으로 중학 졸업 증명서를 받을 수 있었다. 대학생이 된 아들은 어머니에게 기적을 불러왔다. 그때까지 밖에 나가기도 싫어했고 남들과 거의 사귀지도 않았던 어머니가 갑자기 사람들이 많은 곳을 함께 걷고, 누구와도 말을 척척 잘하게 되었던 것이다. 누구에게나 '이 아이가 내 아들인 대학생이에요.'라고 말하고 싶었던 것이다. 마치 오랫동안의 형무소 생활에서 풀려나기라도 한 것처럼 어머니는 말도 많아지고 사람을 대하기를 좋아하게 되었고 주위에서 일어난 일에 흥미를 갖기 시작했다. 새 모자를 사고 유행하는 외투를 양장점에서 맞추고, 공연을 보러 갔다. 이윽고 어머니의 대학생 아들 자랑은 '우리 아들은 작가랍니다'라는 것으로 바뀌었다.
어릴 때 정말 책이 다 닳도록 몇 번이고 읽었던 책이었지만 며칠 전 대략 25년 만에 책을 꺼내 들었을 때 별 다른 재미가 느껴지지 않아 쓸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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