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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독일 동화집 <소원 반지>
    소년소녀세계문학전집/삼성당 2020. 9. 5. 1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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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딱히 이유를 설명할 수는 없지만 오랜 세월이 흐른 지금, 이상하게 기억이 남는 짧은 독일 동화 한 편을 소개하려 한다.

    세간에 유명한 건 그림 형제의 <그림 동화집>이지만 각 이야기의 독특한 느낌이나 여운은 <독일 동화집>이 훨씬 더 컸던 것 같고, 그 중에서도 이 이야기가 제일 기억에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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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원 반지>

    <Der Wunschring> 리하르트 폰 폴크만-레안더 지음

    오래 전 독일의 한 마을에 가난한 농부가 살고 있었다.

    하루 하루의 삶은 힘들었고 아무리 열심히 일해도 살림살이는 나아지지 않았다.

    그날도 그저 열심히 일을 하고 있는데 한 노파가 지나가면서 이렇게 말했다.

     

    "뭘 그렇게 열심히 일을 하나?"

    "이렇게 해야 입에 풀칠이라도 하지요."

    "그런가? 그렇다면 여기서 이틀 만 똑바로 길을 따라 가보게. 그러면 나무 한 그루가 나올게야.

    그 나무를 도끼로 베어버리게. 그렇게 하면 아마 큰 운이 따라올거야."

     

    신이 난 농부는 즉시 하던 일을 그만두고 이틀을 길을 따라 걸었다.

    그리고 정말 노파의 말처럼 나무 한 그루를 만나 도끼를 들고 나무를 베어버렸다.

    나무가 넘어지면서 나무 위에 있던 둥지와 알 두 개가 함께 떨어졌다.

    그리고 알들이 깨지며 독수리 한 마리와 금반지 한 개가 나왔다.

     

    독수리가 농부에게 절을 하며 말했다.

    "정말로 고맙습니다. 당신이 아니었다면 나는 알을 깨고 나오지 못했을 겁니다.

    이 반지는 내 감사의 표시입니다. 소원을 들어주는 반지지요. 그런데 소원은 단 한 번만 빌 수 있으니까

    아주 신중하게 생각을 하시기 바랍니다."

    말을 마친 독수리는 멀리 날아가버렸고 농부는 반지를 들고 다시 집으로 향했다.

    바라던 꿈이 이루어져서일까, 농부는 갈 때와는 달리 금방 지쳐버렸고 

    어느 마을의 금은방에서 하룻밤 신세를 지게 되었다.

    그리고 사람 좋은 농부는 자신이 얻은 반지에 대해 금은방 주인에게 모두 이야기를 해주었다.

     

    "호오, 그것 참 부럽습니다. 어쨌거나 오늘 밤은 푹 쉬고 내일 아침 일찍 집으로 가시지요."

     

    주인의 친절에 농부는 고마워하며 세상 모르고 잠이 들었고 주인은 몰래 똑 같은 반지를 하나 만들어

    농부의 반지와 바꿔치기를 했다. 그리고 다음날 해가 뜨자마자 서둘러 농부를 깨워 길을 떠나게 했다.

    사람 좋은 농부는 그저 주인의 친절에 감사하며 힘차게 집을 향해 걸어갔다.

     

    농부가 떠나자 마자 주인은 방으로 가 문을 단단히 걸어잠궜다.

    그리고 자신이 바꿔치기한 농부의 반지를 손에 들고 이렇게 소원을 빌었다.

     

    "지금 당장 금화 10만닢이 있었으면!"

     

    그러자 천장에서 금화가 비오듯 쏟아지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기뻐 날뛰던 주인은 묵직한 금화에 온 몸을 얻어맞고 깜짝 놀라 문을 열고 나가려고 했다.

    그렇지만 단단히 걸어잠군 문은 좀처럼 열리지 않았고 그러다 끝내 주인은 쏟아지는 금화에 묻혀 숨이 끊어지고 말았다. 왠일인지 주인이 보이지 않자 찾아온 마을 사람들은 금화더미와 그 밑에 파묻혀 죽은 주인의 시신을 발견했다.

     

    "이건 뭔가 욕심을 부린 대가로군. 어쩔 수 없어. 그냥 명복이나 빌어줄 밖에."

    마을 사람들은 주인의 시신을 치우고 금화를 나눠가졌다.

     

    한편, 신이 나서 집으로 돌아온 농부는 아내를 붙잡고 반지를 보여주며 지난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남편이 갑자기 사라져 놀라고 걱정을 했던 아내가 그 말이 사실이라면 당장 땅을 소원으로 빌자고 했다.

     

    "당신은 늘 땅만 조금 더 있으면 살림이 나아질 것 같다고 했잖아요."

    "바보 같은 소리 하지마. 소원은 한 번 뿐이라고. 그 까짓 땅 같은 건 반지가 아니더라도 살 수 있어."

     

    그 후 1년 동안 농부와 아내는 열심히 일했고 바라던 땅을 살 수 있었다.

    그러자 다시 농부의 아내가 말했다.

     

    "땅이 넓어지니 우리만으로는 손이 부족해요. 소랑 말이 한 마리씩 있었으면 좋겠는데."

    "소나 말이라니! 이 귀중한 반지의 소원을 거기에 낭비하자는 말이야? 그까짓거 1년만 일하면 충분해."

     

    부부는 또 열심히 1년을 일했고 원하던 대로 소도 말도 장만할 수 있었다.

    농부의 아내가 불평을 늘어놓았다.

     

    "아니,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부자가 될 수도 있는데 왜 이렇게 일만 하는 거에요?"

    "여편네가 참 어리석기는. 세상을 살다보면 진짜로 빌고 싶은 소원이 생기게 될거라고.

    어쨌거나 지금 당장 필요한게 뭐가 있어?

    땅도 있고 소도 말도 있고 다 잘되어 가고 있는데. 뭐든 필요한 건 일해서 얻자고.

    소원은 나중에 생각해. 그리고 우리는 이제 반지가 아니더라도 운이 틔었으니까 말이지."

     

    그렇게 농부는 아내와 함께 매일매일 열심히 일했다. 일하면서 한시도 반지를 몸에서 떼어놓지 않고 여러 번 반지를 어루만졌다. 하지만 농부는 언제나 자기도 모르게 소원을 말할까 조심하며 그저 반지를 만지기만 하고 다시 일에 몰두했다. 농부의 아내가 계속 뭐라고 불평을 했지만 아무런 소용이 없었다.

     

    "당신 요 몇년 사이 참 이상해요. 그전에는 그렇게 불평만 늘어놓고 일도 잘 안하더니,

    지금은 매일 싱글벙글 웃으며 일만 하잖아요."

    "그야 걱정할게 하나도 없으니까 그렇지. 농사는 잘 되고 게다가 언제든 소원을 빌 수 있는 반지가 있잖아! 얼마나 좋아!"

     

    아내는 곧 반지에 대해서는 아무 말도 하지 않게 되었다. 농부의 말처럼 섣부르게 소원을 빌었다가 나중에 후회하게 될까 아내도 은근히 걱정이 되었고 어쨌든 아무것도 부족한게 없었기 때문이었다.

     

    세월은 흘러갔다. 농부는 어느 새 모두가 좋아하고 존경하는 사람이 되었다.

    그는 그렇게 세상에서 자신과 아내밖에 모르는 비밀을 간직한채 늘 기쁘고 행복하게 일에 열중했다.

    그리고 마침내 늙은 부부는 한날 한시에 잠을 자다 편안하게 세상을 떠났다.

     

    장례식 준비를 하던 자식들은 아버지의 품에서 금반지 하나를 발견했다.

    모두들 반지의 존재를 알고 있었고 아버지가 얼마나 그 반지를 소중히 여겼는지도 어렴풋이 알고 있었다.

     

    "그나저나 이게 무슨 반지일까?"

    "글쎄, 한 번도 말씀은 안해주셨지만 그렇게 소중하게 간직했던 반지니까 그냥 같이 묻어야겠어."

    "그게 좋겠군."

     

    그렇게 반지는 부부와 함께 나란히 땅에 묻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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