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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계몽사 문고 46, 56 <기암성>
    소년소녀세계문학전집/계몽사 문고 2021. 2. 27. 1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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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암성(奇巌城)>의 원제는 <에귀유 크뢰즈(L'Aiguille Creuse)>"속이 텅 빈 바늘"이라는 뜻이다. 이 책은 1909년 발표되었고, 앞서 첫 단편집이었던 <괴도 신사 뤼팽>, 그리고 인기를 이어가려는 의도가 분명했고 장편이라기보다는 중편 소설 2편을 엮은 듯한 <뤼팽 대 홈즈> 이후 뤼팽의 활약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장편 소설이라고 할 수 있다.

     

    그리 길지 않은 분량에 역사적 사실과 추리, 모험이 교묘하게 뒤섞여 있고, 무엇보다 고등학교 졸업을 앞둔 "소년" 이지도르 보트를레가 실질적인 주인공으로 등장한다는 점에서 아마도 아동용으로 소개하기가 쉬웠기 때문인지, 한국 아동문학전집에서 뤼팽의 대표작이라고 하면 보통 이 <기암성>을 이야기하는 경우가 많으며 삼성당 문고에서도 <괴도 루팡>이라는 제목으로 실려 있다. 

     

    계몽사의 <기암성>은 프랑스어를 전공한 정기수의 번역으로 되어 있다. 비록 제목은 일본판의 제목을 그대로 가져왔지만 그 번역이 대단히 유려하며 내용상의 큰 차이가 없음에도 다른 중역본들과는 다른 특별한 느낌을 주었다. 당시 나는 다른 문고의 <기암성>을 여러 권 읽을 기회가 있었는데 번역의 문체도 문체려니와 그 장정과 삽화까지 계몽사의 <기암성>은 전혀 다른 책처럼 기억에 남아있다.

     

    미술을 전공하지 않았으니 모르는 것도 많고 궁금한 것도 많다. 계몽사 <기암성>의 삽화는 계몽사 문고의 다른 삽화들과는 많이 다르다. 같은 프랑스 작품, 같은 시대 작품들의 삽화와는 느낌이 다르다는 뜻인데, 지금 기억으로 그 삽화가 분은 <기암성> 한 권만 작업을 한 것으로 생각이 된다. 아까부터 계속 "느낌이 다르다"는 말 밖에는 할 수 없어 대단히 안타깝지만, 여하튼 같은 르블랑의 작품을 다른 삽화가에게 맡긴 사연도 궁금하기도 하며, 계몽사 문고 전체의 통일되지 않은 부분 부분 다른 장정과 삽화에 대해서 좀 더 알아보거나 소개하고 싶은 마음이 간절하다.

     

    최근에 이 <기암성>을 한국 추리 소설계의 거인이자 괴인인 김내성이 번안해 소개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잠시 그 내용을 소개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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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보굴왕(괴암성)>은 그의 수많은 장편 중에서도 대표적 작품의 하나로서 거도(巨盜) 유판(劉判, 뤼팽)과 일개 중학생인 홍안(紅顔) 미소년 이보돌(李保乭)이 이상한 공침(空針)의 비밀(秘密)’을 둘러싸고 전개되는 전율적 투쟁기이다.

    김내성, 괴암성, <조광> 63~71, 조광사, 1941.1~9(8, 미완)

    정현웅 삽화

    김내성, 보굴왕, 1948(출판사 미상); 평범사, 1957.12.30, 2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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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살펴보면, 김내성은 이 작품을 1941년 잡지에 연재를 하다가 중단했고 다시 1948년과 1957년에 한 권의 책으로 엮어 출간을 할 수 있었는데 당시 제목을 마치 <암굴왕>와 운을 마춘듯 <보굴왕>으로도 했다가 또 <기암성>을 약간 바꿔 <괴암성>으로 부르기도 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처음에는 정말 원제목 그대로 <공침>이라고 하기도 했다고 한다.

    여기서 뤼팽은 유판으로 이지도르 보트를레는 이보돌로 번안되어 있어 흥미롭다. 김내성의 또 다른 분신이라고도 할 수 있는 명탐정 유불란은 알려진 것처럼 르블랑을 살짝 바꾼 것이다.

     

    1980년대 KBS에서 묘한 아동용 추리극장이 방영되었는데 그 첫작품이 이 한국식으로 번안된 <기암성>이었고 거기에는 고3 수험생 이지돌, 그리고 명탐정 오홍주가 등장한다. 가니마르 경감의 한국 이름은 기억이 나지 않지만 배우는 김희라였다. 정식 제목은 <소년탐정 이지돌과 루팡 1화 기암성의 비밀>이며 고맙게도 KBS에서 유튜브에 올려주어서 추억을 되새길 수 있게 되었다.

     

    표지에 나온 저 유명한 비밀 쪽지

     

    기암성에 영감을 준 실제 프랑스 해안가의 괴석

     

    KBS에서 방영된 추리 극장. 가니마르 경감 역의 김희라, 레이몽드 역의 배우 최란이 보인다.

     

    말년의 르블랑의 모습. 르블랑은 조국 프랑스가 나치 독일에게 해방되는 모습을 보지 못하고 사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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