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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에이브 전집의 정체성
    ABE 전집 2021. 2. 7. 0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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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서문화사의 에이브(ABE) 전집은 이전까지 나왔던 소년소녀 세계문학 전집의 대척점에 서 있는가. 어쩌면 이제는 흔한 표현이 되어버린  "안티 테제(Antithese)" 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88권 전권을 세세하게 살펴보다 보면 일관된 주제 의식이나 구성 방식을 찾아보기는 역시 힘들겠지만, 적어도 전반적으로 기존의 문학전집을 의식하면서 비슷한 주제이지만 전혀 방향성이 다른 작품들을 골라 담았다는 생각이 드는 것이다.

     

    이 에이브 전집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설왕 설래가 있었고 곧 다른 전집의 소개가 끝나 이 전집의 순서가 되면 정리해 쓰겠지만 운동권 출신으로 개인적인 사정에 의해 해외 유학 형식으로 나가 있는 사람들이 특별히 인상 깊은 작품들을 찾아 소개도 하고 번역도 했다는 설명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기에는, 이 전집의 너무나 많은 작품들을 일본의 특정 출판사 전집에서 찾아볼 수 있고 이런 저런 면에서 이 전집의 전신이라고 할 수 있는 딱다구리 그레이트 북스동서 문화사의 평판을 보건데, 분명 특색 있는 작품들을 찾으려 노력한것은 인정할 수 있으나 해외에서 원서를 직접 찾았다는 설명은 그대로 받아들이기 힘들 것 같다.

     

    오히려, 기존의 문학 작품 틀에서 벗어나 끊임없이 새로운 작품을 찾으려 했던 일본 출판사들에게 그 공을 돌려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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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쨌든 88권 전부는 아니더라도 기존의 전집 작품들과 같은 주제나 소재, 완전히 다른 내용이라는 점에서 비교를 해보는 것도 재미있는 일이 아닐까 한다. 

     

    예컨대, 제1권인 <나의 학교 나의 선생>은 이탈리아 작품이라는 점에서 누구나 <쿠오레>를 떠올리게 되지만 그 내용의 전개가 완전히 다르며,  <파묻힌 세계>는 흔한 <그리스-로마 신화>와는 완전히 다른 맛을 전해 준다.

     

    <마나난 숨은 섬><보물섬>과 같은 듯 다르며, <산골마을 힐즈엔드>가 또 <15소년 표류기>와는 다른 처절한 현실감을 보여준다.

     

    <작은 아씨들>의 세상과 <일곱 개구장이>의 세상은 또 완전히 다른 것이다.

     

    번역가로서 개인적으로는 에이브 전집의 번역, 그 중에서도 그 묵직한 문체에 많은 점수를 주고 싶지만, 그것 역시 번역가의 역량인지 중역의 힘인지 잘 알 수 없다. 전체적으로 이 전집은 냉소적이며 무미건조한, 그러면서도 담담한 문체를 지향하는 데 나중에 각 권을 소개하면서 실제로 예를 들어보면 좋을 것 같다.

     

    제1권 <나의 학교 나의 선생>까지는 <쿠오레>를 떠올리며 그럭저럭 읽어나갈 수 있었지만 제2권부터는 그야말로 모든 것이 다 충격의 연속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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