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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계몽사 문고 12 <유리 반지>
    소년소녀세계문학전집/계몽사 문고 2020. 12. 9. 2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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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리 반지 / 린저 1941

    원제: Die Gläsernen Ringe

    저자: 루이제 린저(Luise Rinser, 1911-2002)

     

    어린 시절을 거쳐 10대 소녀로 성장하고, 성인의 문턱에 들어서는 주인공의 성장 소설로, 헤르만 헤세로 대표되는 소년 성장 소설에 비길만한 명작이다.

     

    아니, 당대에 그런 명작이라고 평가를 받았었고 나 자신도 이 책을 처음 읽었을 때나 지금이나 그렇게 생각하고 있다.

     

    그리고 다른 무엇보다, 사춘기 이상 연령대 소녀의 심리를 섬세하게 그려나간 이 독일 소설을 거의 원작 그대로 <아동 문학 전집>의 틀 속에 담아냈다는 사실에 지금도 나는 감탄한다.

     

    지금은 어떤지 모르겠지만 한때 한국에서는 탐미적인 예술가의 초상을 프랑스 문학에서 찾고, 어른과는 다른 또 다른 고뇌를 짊어진 청소년, 혹은 청년의 모습을 독일 문학에서 찾던 적이 있었다. 하여, 그 때는 적어도 <데미안>을 읽어야 성장통을 겪는 청소년이었으며 소위 입시지옥을 지나가는데 <수레바퀴 밑에서>가 빠질 수 없었다.

      

    어쨌든, 진지한 성장통을 겪는 소녀에 대한 책을 별로 찾아보기 어렵던 아동 문학 시장에서 이 <유리 반지>가 소개되었다는 건 대단히 큰 의미가 있다고 여겨진다.

     

    이 책에 대한 감상을 굳이 표현하면 뭐라 말로 표현할 수 없이 밀려드는 슬픔, 그리고 쓸쓸함이라 할 수 있겠다. 나도 모르게 밀려들며 내 몸을 적셔가는 그 쓸쓸함을 이해하고 극복할 수 있을 때 우리는 비로소 어른의 문턱에 들어설 수 있는 것이 아닐까. 

     

    뭔가 알듯 모를듯 한 감정 속에서 읽고 또 읽었던 책이고, 지금 돌이켜 보면 동서양 문학을 자신만의 필치로 자유롭게 넘나든 이우경(李友慶, 1922.4.28~1998.9.11) 화백의 삽화와 번역자 김창활의 조합은 당대 아동 문학 전집의 수준을 아득히 뛰어넘는다고 생각된다.

     

    원작의 대부분을 생략하지 않고 실으려 애썼다는 번역자의 설명처럼 훗날 완역본을 읽어보았지만 엘리자베트라는 여인의 직업이 매춘부라는 직접적인 설명을 빼고는 거의 대부분의 내용이 빠지지 않고 실려 있는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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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 때 나치에 저항했던 지식인으로 헤르만 헤세에 비견될 정도였던 저자 루이제 린저의 평가는 21세기 들어 많은 새로운 사실들이 밝혀지면서 크게 박해졌다.

     

    다른 것들은 차치하고서라도, 그녀가 왜 굳이 북한까지 날아가 김일성 주석의 환대를 받으며 서방 세계에 북한을 다시 없는 낙원과 같은 복지 국가로 칭송을 했는지는 나로서는 이해할 수 없다. 돈과 명성이 부족하지 않았던 그녀는 그만큼 세상의 관심에 또 목이 말랐던 것일까.

     

    김정일의 처조카로 북한 최상류층으로 지내다가 귀순한 이한영의 회고록을 보면 생전의 김일성 주석과 루이제 린저의 모습은 너무나 다정했으며, 심지어 통역도 없이 분명 말도 잘 통하지 않을 것인데도 불구하고 둘 만 따로 산책을 하며 많은 시간을 보냈다고 한다. 그 모습을 보며 김정일이 "두 노인네가 연애하는 것 아니냐"는 농담까지 측근들에게 했을 정도라고.

     

     

    <유리 반지>원서. 이 제목을 두고, 쓰여진 그대로 <유리 반지>로 해석하기도 하고 또 <파문(波紋)>이라고 해석하기도 한다.

     

    이우경 화백의 삽화

     

    김창활 번역

     

    김일성 주석과 루이제 린저의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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