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몽사 문고 11 <두꺼비 영웅>

11.  두꺼비 영웅 / 그레이엄 1908

원제: The Wind in the Willows

저자: 케네스 그레이엄(Kenneth Grahame, 1859.3.8–1932.7.6)

 

<두꺼비 영웅>은 의인화된 동물을 주인공으로 한 아동 소설들 중에서 단연 몇 손가락 안에 꼽힐 만한 걸작이다. 특히 <돌리틀 선생> 연작이나 <아기 곰 푸우> 등에서는 실질적으로 인간이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점을 생각하면 거의 베아트릭스 포터의 <피터 래빗>에 견줄만한 작품이라고 볼 수 있다.

 

어린 시절의 나와 지금의 나는 많이 달라졌지만, 그 시절 몇 백번을 읽어도 질리지 않고 언제나 가슴을 두근거리게 했던 이 책을 지금도 나는 잊을 수 없다.

   

저자인 그레이엄은 원래 은행원이었고 은행에 근무하면서 다양한 사람들을 많이 접했던 것으로 추측된다. 즉, 이 책의 주인공인 두꺼비는 당시 영국의 상류층 귀족을, 쥐와 오소리는 중류층 젠트리를, 그리고 두더지는 서민 노동자 계층을 대표하는 등 영국 사회의 일면을 보여준다는 것이다.

 

특히 자동차 사고를 낸 두꺼비의 재판 장면에서는 당시 제국의 전통이 오래 지속되다 못해 어느 덧 경직되어 가고 있던 영국의 사회상을 풍자하고 있다고도 볼 수 있다.

 

이 책의 원래 제목은 <버드나무에 부는 바람>이다. 영국에서는 1908년에 발표되었으며 일본에서는 1940년 당시 영문학자였던 中野好夫가 <즐거운 강변(たのしい川べ>이라는 제목으로 처음 번역해 소개를 했고 이후 <두꺼비의 모험(ひきがえるの冒険>, 혹은 <강변의 유쾌한 친구들(川べのゆかいな仲間たち> 같은 제목으로도 널리 소개가 되었다.

 

계몽사 판본의 경우 책 뒤에 붙은 역자의 글에서 "원제는 <버드나무에 부는 바람>이지만 독자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두꺼비 영웅>으로 했다"라는 내용이 분명히 나오는 것으로 봐서 중역보다는 영어 원문을 바탕으로 번역했다고 추정이 된다.

 

어쨌든 <계몽사 문고>에 들어서서는 번역과 장정, 삽화에 있어 일본판의 그늘을 벗어나려는 노력이 본격적으로 시작이 되지만 이렇게 중역과 원본 번역이 서로 섞여 있음을 알 수 있다.

 

삽화에 대해 잠시 소개를 하자면, 계몽사의 삽화는 마치 만화의 한 장면을 연상시키듯 아주 익살스럽게 그려져 있다. 다만 역시 원작과 문화에 대한 이해부족으로 번역된 글을 보고 상상해서 그리느라 간혹 오류가 발견되기도 하는데, 예를 들어 말이 끄는 조각배를 타고 영국의 전통적인 수로를 오가며 빨랫감을 받아 빨래를 하는 여자가 등장하는 장면의 경우 원래는 말이 강변에서 줄에 연결된 배를 끄는 것이지만 삽화에는 말이 물 속에서 헤엄을 치며 배를 끄는 모습으로 묘사가 되어 있는 것이다.

 

너무나도 아름다운 이 책의 배경에는 슬픈 이야기가 숨어있다. 저자 그레이엄에게는 알래스테어(Alastair Grahame)라는 이름의 병약한 아들이 있었는데 이 아들은 학교에 제대로 다니지 못했다. 그런 아들을 위해 그레이엄은 동물들이 나오는 즐거운 이야기를 상상해 만들고 책까지 펴내게 되었지만 알래스테어는 결국 이른 나이에 자살에 가까운 사고로 세상을 떠나고 만다. 그런 아들이었기에 그레이엄은 책 속에서 서로의 부족한 면을 우정으로 채워주는 친구들의 이야기를 그려나갔는지도 모른다.

 

<두꺼비 영웅> 계몽사 문고는 표지 삽화가와 본문 삽화가가 서로 다른 경우가 있었다.

 

새롭게 펴낸 계몽사의 <두꺼비 영웅> 삽화는 초판본과 달라지지 않았고 지금 보는 표지 삽화는 본문 삽화 중 하나이다.

 

원서 삽화와의 차이. 계몽사판 삽화에서 두꺼비가 타고 다니는 차는 사실 1950년대 나왔던 셸비 코브라(Shelby  Cobra)다. 빨간색의 스포츠카라는 설명에 저런 삽화를 넣었지만 실제로 당시 유행하던 차는 위에서 볼 수 있는 저런 모습이었다. 

 

 

그레이엄의 아픈 손가락, 아들 알래스테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