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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원의 집> 연작 중 <우리 읍내>에 대해 좀 더 적으려 한다.
34권 <초원의 집> 이후 잉걸스 일가는 다시 정처없이 길을 떠난다. 1년 가까이 정착을 위해 애를 썼지만 정착민에게 아무런 통보도 없이 정부에서 지역 일대를 인디언 원주민에게 돌려준다고 결정하는 바람에 그냥 쫓겨나게 된 것인데, 갑자기 갈 곳을 잃은 것도 문제였지만 이후 몇 년 동안 농사가 계속 제대로 되지 않았던게 치명적이었고 게다가 맏딸 메리가 성홍열에 걸려 그만 시력을 잃고 만다. 주인공이자 화자라고 할 수 있는 로러도 더 이상 세상에는 산타클로스도 없고, 통나무 집 안에만 있으면, 아빠 엄마만 있으면 안심해도 되는 그런 환경이 아니라는 걸 성장하면서 느끼게 된다.
거의 파산 지경에 이르게 된 잉걸스 일가는 친척의 도움으로 철도와 역 공사가 진행되고 마을이 조성되는 곳으로 떠난다. 일단 일거리를 찾은 뒤, 당시 일정 기간 이상 정착해 농사를 지으면 토지를 무상으로 주는 미국 법에 따라 땅을 얻고 농사를 지으며 다시 정착을 시도한다. 그 땅이 이 <우리 읍내>의 배경이고, 사실 정착 생활이 제대로 시작 된 건 이 책의 전편인 <긴 겨울> 부터다. <긴 겨울>은 계몽사문고 편에서 이미 소개를 했었다.
https://translator101.tistory.com/104
어떻게 보면 이 연작을 로러를 주인공으로 하는 성장 소설의 범주에 넣을 수도 있을 것 같지만, 아무래도 청소년의 성장담보다는 개척 시대, 가정, 공동체의 중요성 등이 더 중요하게 다뤄진다. 어린 시절 <초원의 집>에서 갑자기 <우리 읍내>로 중간 과정이 생략된 이야기를 읽었을 때 또 하나 당황했던 건 로러 개인의 변화였는데, 가족을 위한 헌신과 희생 뒤에 그런 희생에 대한 반발 같은 지극히 현실적인 감정을 드러내는 걸 보고 놀랐던 기억이 난다. 그런 부분도 어쩌면 이 ABE 전집에 잘 어울리는 내용이었는지도 모르겠다.
지난 몇 년 동안 여러 영상 매체 덕분에 서부 영화, 관련 영상을 많이 볼 수 있었는데, 문득 이 책이 생각나면서 도대체 잉걸스 일가는 어떻게 저렇게 살아남을 수 있었을까 하는 궁금증이 들었다. 잉걸스 일가와 로러는 단지 운이 좋았던 걸까? 책을 쓰던 당시 로러도 당시의 상황을 알고 있었을까? 위에 올린 삽화가 바로 로러의 "읍내"지만 똑같이 생긴 마을을 배경으로 아무렇지도 않게 살인과 방화, 약탈이 저질러졌다고 생각하니 그저 머리가 어질어질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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