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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몽사 소년소녀 세계현대명작 시리즈 16 유쾌한 호우머소년소녀세계문학전집/계몽사 현대 명작 시리즈 2022. 11. 19. 12:05728x90
16. 유쾌한 호우머 / 로버트 맥클로스키 / 조풍연 역
원제 Homer Price, 1943 Centerburg Tales, 1951.
저자 Robert McClosky, 1914.9.14-2003.6.30
로버트 맥클로스키는 미국의 저명한 어린이 책 전문 작가이며 자신이 직접 그려넣은 삽화로도 유명하다. <유쾌한 호우머>는 그의 대표작은 아니며 나중에 그의 책들이 한국에 정식으로 다시 소개될 때도 거기에 끼지는 못했다. 그렇지만 나의 세대에서 이 유쾌했던 이야기를 기억하는 사람들은 적지 않다. 지금 돌이켜보면 삽화도 그렇지만 흡사 에리히 캐스트너의 이야기를 미국으로 옮겨 그야말로 미국식 재치와 익살을 한껏 뒤섞은 재미있는 책이 아니었나 생각한다.
맥클로스키는 "호우머"를 주인공으로 하는 책을 두 권 발표했고 계몽사에서는 이 두 권의 내용을 모두 싣지 않고 <Homer Price>는 전부, 그리고 <Centerburg Tales>에서는 일부를 가져와 한권으로 만든 것 같은데 기억이 정확하지 않다.
각 권에 소개된 이야기는 다음과 같다.
Homer Price
1. "The Case of the Sensational Scent"
2. "The Case of the Cosmic Comic"
3. "The Doughnuts"
4. "Mystery Yarn"
5. "Nothing New under the Sun (Hardly)"
6. "Wheels of Progress"
Centerburg Tales
1. "Grandpa Hercules"
2. "Experiment 13"
3. "Ever-So-Much-More-So"
4. "Pie and Punch and You-Know-Wha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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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기억에 남는 이야기는 단연코 "도우넛 소동"일 터인데, 참 뭐든 배가 고프고 힘들던 시절, 그림책에서나마 기계가 자동으로 만들어내는 "도나스", 그것도 기계 고장으로 가게 전체를 뒤덮을 정도의 도우넛이 쏟아져 나오는 장면은 큰 놀라움을 주었으며 풍요로운 미국에 대한 환상을 한껏 부풀게 해주었다.
<유쾌한 호우머>의 일본판 제목은 ゆかいなホーマーくん (유쾌한 호우머군)으로 1965년 소개가 되었다. 한국 번역자인 조풍연 선생은 영어 원서도 번역이 가능하셨던 분으로 알고 있지만 아무래도 이 책의 원전은 일본에서 가져온 것이 아닐까.
삽화는 저자 본인의 삽화가 오히려 이 책이 내세울 수 있는 큰 특징이라고 할 수 있어서 일본에서도 그대로 가져다 쓴 것 같은데, 한국판에서는 한국 삽화가가 그대로 모사를 했다.
이 책에는 <빌로오도 토끼(The Velveteen Rabbit, 1922>가 합본되어 있다. 영국계 미국 작가 마저리 윌리엄스 비앙코(Margery Williams Bianco, 1881.7.22-1944.9.4)의 작품으로 맥클로스키와는 다르게 좀 더 진지한 시각으로 아이들의 심리를 들여다 보며 인상 깊은 작품들을 남겼다. 이 <빌로오도 토끼>는 <사랑받는 날에는 진짜가 되는거야> 같은 제목으로 여러 번 한국에 정식으로 소개가 되었다. 여기에 인터넷에서 찾은 내용을 첨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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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크리스마스 날, 소년은 선물로 벨벳 토끼 인형을 받았습니다. 소년은 유독 예쁜 벨벳 토끼를 좋아해서 한동안 벨벳 토끼를 가지고 재밌게 놀았습니다. 하지만 친척들이 찾아와 다른 선물들을 산더미로 안겨 주자 새 선물을 풀어 보느라 정신이 팔려 곧 벨벳 토끼를 까맣게 잊고 말았지요. 그 후 벨벳 토끼는 소년에게 잊힌 채 어린이 방 한쪽 구석에서 지내야만 했습니다. 어린이 방에는 다른 멋진 장난감들이 많았습니다. 그중 최신식으로 만든 인형들은 톱밥으로 채워진 벨벳 토끼를 무시하고 업신여겼습니다. 그래서 벨벳 토끼는 자신이 그들 말처럼 정말 보잘것없는 구식 장난감이라 여기게 됐지요. 어린이 방에는 또한 지혜롭고 경험 많은 가죽 말도 있었습니다. 가죽 말은 벨벳 토끼를 위로해 주며, 어린이 방 마법의 비밀을 알려 주었습니다. 태엽 인형들은 멋지긴 해도 금세 고장이 나서 버려지지만, 벨벳 토끼는 소년의 사랑을 받아 ‘진짜’가 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이에요.
어느 날 밤, 소년은 평소 껴안고 자던 강아지 인형이 보이지 않자 잠을 이루지 못하고 칭얼댔습니다. 소년을 돌보던 유모 나나 아줌마는 어린이 방을 훑어보다가 장난감 벽장에 놓여 있는 벨벳 토끼를 우연히 발견하고는 강아지 인형 대신으로 소년에게 건네주었습니다. 그날부터 벨벳 토끼는 소년과 함께 잠을 자기 시작했습니다. 소년은 벨벳 토끼를 아끼고 사랑하였습니다. 소곤소곤 비밀 이야기를 들려주기도 하고, 이불 밑에 토끼 굴을 만들어 주기도 했지요. 그리고 가는 곳마다 벨벳 토끼를 데리고 다녔습니다. 집 뒤 숲에서 놀 때도 항상 토끼를 데리고 나갔지요. 이런 행복한 나날들은 오래도록 계속됐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소년은 성홍열에 걸렸습니다. 벨벳 토끼는 아픈 소년 곁을 떠나지 않았습니다. 소년 옆에 머무르며, 몸이 좀 나아지면 함께 놀 신나는 놀이에 대해 속삭이곤 했지요. 마침내 소년의 병세가 좋아지고, 가족들은 소년을 바닷가로 데려가기로 결정했습니다. 벨벳 토끼도 소년과 함께 바다 구경을 할 수 있게 된 것이 신나고 기쁘기만 했습니다. 하지만 곧 벨벳 토끼의 기대는 산산이 부서지고 말았습니다. 의사 선생님이 성홍열 세균 덩어리라며 벨벳 토끼를 다른 장난감이나 책과 함께 불태워야 한다고 말했기 때문이지요.
그렇게 정원 한구석에 던져져 불에 태워지길 기다리던 날 밤, 벨벳 토끼는 지난날을 생각하며 슬픔의 눈물을 흘렸습니다. 그 눈물방울은 정원 바닥에 떨어져 이 세상 것 같지 않은 신비한 꽃으로 피어났지요. 그리고 활짝 핀 그 꽃송이에서 어린이 방의 마법을 담당하는 요정이 나타났습니다. 요정은 벨벳 토끼에게 설명해 주었습니다. 그동안 벨벳 토끼는 소년으로부터 사랑을 받아 소년에게만 ‘진짜’였다고요. 하지만 이제부터는 어린이 방의 마법이 이루어져 정말로 ‘진짜’가 될 수 있다고요. 그러고는 토끼에게 마법의 입맞춤을 해 주었습니다.
이듬해 봄, 이제 새 인형을 선물로 받은 소년은 집 뒤편 숲을 거닐다가 토끼 두 마리가 주변에서 뛰어노는 것을 보았습니다. 소년은 그중 한 마리가 지난해 성홍열에 걸렸을 때 잃어버린 벨벳 토끼를 많이 닮았다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소년은 그 토끼가 정말로 자신이 예전에 사랑했던, 그래서 ‘진짜’가 되게 해 주었던 바로 그 벨벳 토끼라는 사실을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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