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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계몽사 문고 21 <빨강머리 앤>
    소년소녀세계문학전집/계몽사 문고 2020. 12. 26. 1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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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빨강머리 앤>과 번역, 그 밖의 각색 이야기

     

    우리나라에 최초로 번역된 <앤> 연작은 일본어판을 중역한 것으로, 아동 문학가, 소설가였던 신지식 선생(申智植, 1930.1.1-2020.3.12)이 한국전쟁 휴전 직전 헌책방에서 일본어판 <赤毛のアン>을 발견해 직접 번역한 후 일종의 학보 형식으로 당시 자신이 재직하던 이화여고 학생들에게 소개했다고 한다. 이 이야기가 학생들 사이에서 큰 인기를 끌자 <빨강머리 앤>이라는 제목으로 1963년 창조사에서 정식 출간이 된 것이다.

     

    훗날 신지식 선생은 조선일보와의 대담에서 "필요하다고 생각해 번역했지만 자랑스럽지는 않아요. 일본어 중역(重譯)을 했잖아요. 번역의 정도(正道)는 아니죠"라고 회고하기도 했지만 어쨌든 선생은 계속해서 창조사를 통해 <앤> 연작을 모두 소개하게 되는데,

     

    그렇다면 <초록 지붕 집의 앤>은 어떻게 <빨강머리 앤>이 되었을까?

    일본에서 최초로 <>을 번역한 무라오카 하나코(村岡花子, 1893.6.21-1968.10.25)는 신지식 선생과 마찬가지로 전후에 유명해진 아동 문학가이자 번역가이다. 하나코는 학창 시절 영어 교사이면서 선교사였던 로레타 레너드 쇼(Loretta Leonard Shaw, 1872-1940)와 인연을 맺었는데, 레너드 쇼는 제2차 세계대전 발발 직전 일본을 떠나며 하나코에게 <Anne of Green Gables>의 원서를 선물로 남기고 갔다고 한다.

     

    하나코는 전쟁 중에 원고를 번역했고 전쟁이 끝나고도 세월이 더 흐른 1952년이 되어서야 책을 출간할 수 있게 되었다. 처음에는 <꿈꾸는 소녀>나 <창가의 소녀> 등의 제목이 제안되었으나 편집부의 결정으로 <빨강머리 앤>이라는 제목으로 출간이 되어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무라오카 하나코는 이후에도 계속 몽고메리의 작품을 번역하며 영문학 연구에 매진했고, 그녀의 일화는 텔레비전 드라마로도 제작되기도 했다.

     

    신지식 선생과 1963년 초판본 <빨강머리 앤>

     

    무라오카 하나코의 모습. NHK 라디오 방송 시절
    하나코에게 원서를 선물했던 선교사 레너드 쇼

     

    1952년 일본어 초판본
    <앤>의 번역을 주제로 한 드라마, <하나코와 앤>

    사족같지만, 한 마디만 더 덧붙이도록 하자. 1980년대 여러 만화 잡지의 유행 속에 지면을 채우기 위해 세계 명작 작품을 만화로 각색해 소개하는 일도 유행했는데 그 중 <보물섬>이라는 잡지에 이 <빨강머리 앤>이 연재되었었다. 

    소년 독자 위주의 만화 전문 잡지에 순정 경향의 만화를 전면에 배치한 것도 특이하지만 그것도 파격적인 "컬러판"이었던 걸 보면 <빨강머리 앤>의 유명세를 다시 한 번 짐작할 수 있지 않을까. 작가였던 정영숙에 대해서는 많은 논란이 있기도 하고, 작품 자체에 있어서도 고증이라던가 여러 가지 문제가 있겠지만 어쨌든 일본의 영향 없이 <앤>을 잡지 만화로 각색해 소개했다는 점은 의미가 있다. 개인적으로 책은 소장하고 있지 않고 당시에도 <보물섬>을 직접 돈을 주고 살 형편은 되지 못했지만 여러 작품들, 그 중에서도 저 <빨강머리 앤>을 보았던 건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다. 특히 앤이 속아서 산 염색약으로 머리카락을 초록색으로 물들였던 장면이 인상이 깊었다.

     

    <보물섬>에 연재되었던 "컬러판" <빨강머리 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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