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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시베리아 망아지ABE 전집 2024. 8. 24. 09:02728x90
본문에 실린 내용을 옮겨 적는다.
주인님, 힘을 내세요
혼자있게 하지는 않겠어요
무슨 일이 일어나든
죽을 때까지 함께 있겠어요
작품에 대하여
이 작품에 나오는 게라심 노인과 데니스 소년은 왜 점퍼라는 말을 그처럼 소중히 여기는 것일까? 그것은 오랜 시간과 깊은 정성을 기울여 길렀기 때문이다. 점퍼는 태어날 때부터 영리하고 아름다운 말이다. 그러나 만일 점퍼가 누구와도 다정하게 지내지 않고 사람을 믿을 줄 몰랐다면 자기가 가지고 있는 힘의 반도 다 쓰지 못했을 것이다.
지독한 변을 당하여 사람을 믿을 수 없게 되면, 점퍼는 한낱 평범한 말이 되어 버린다. 그러나 자기를 알아 주고 귀여워해 주는 주인과 함께라면 점퍼는 그 사랑에 보답하고 사람에 대한 믿음을 되찾아, 가지고 있는 힘을 하나도 남김없이 쓸 수 있는 말이다. 그럴때엔 힘이 넘쳐 흐르는 휼륭한 말이 되는 것이다. 사람도 짐승도 가지고 있는 힘을 다 낼 때에 아름다운 존재가 되는 것이 아닐까. 이 생생한 아름다움이 이 글이 생명이다.
사람은 식물이나 짐승과는 달라서 절대 '남의 것'이 될 수는 없다. 이 책 속에 사람이 짐승과 다른 것은 '감탄할 줄 알고', 생각할 줄 알고, 공상할 줄 알고, 또 자기가 바라는 대로 자기의 삶을 설계할 수가 있기 때문이다'라는 말이 나온다. 자기가 바라는 대로 삶을 설계할 수 있는 사람은 자유를 찾는다. 따라서 사람은 끊임없이 고민하고, 선택하고, 결단을 내리고 변화한다. 사람은 서로 길들고 길들여진, 안전하고 편안한 생활과 사회를 버리고서까지 자유를 찾아 뛰쳐 나온다. 아이들은 자라나서 자기의 삶을 생각하게 되면 그 때까지 자기를 길들여 준 안전하고 편안한 가정에서 뛰쳐 나가려고 한다. 자기가 달라지면, 그 때까지 길들여 준 사람들과 헤어져야만 하는 수도 있다. 때로는 배반하거나 배반당하는 수도 있다. 그러므로 사람은 사람답게 살려고 하면 할수록 외롭다.
그와 달리 짐승은 한 번 길들여지면 그리 쉽사리 주인을 배반하지 않는다. 그러한 짐승의 충실함에 외로운 인간은 문득 더없는 편안함과 위안을 느끼게 된다. 더구나 짐승은 속일 줄을 모른다. 게라심 노인은 마을 사람들로부터 존경받고, 훌륭한 가족을 거느린 유복한 노인이다. 그래도 술에 취했을 때, 점퍼의 목을 안고 눈물을 흘리면서 "점퍼, 너는 내 참다운 친구다. 단 하나의 친구다"라고 말한다. 또 수많은 부하를 거느린 라도프 소위는 죽음의 예감에 떨며 더없는 고독에 시달릴 때, 말없이 그 곁에 달라붙어 있는 점퍼의 눈에서 "주인님, 힘을 내세요. 내가 함께 있으니까요, 혼자 있게 하지는 않아요. 무슨 일이 일어나든 죽을 때까지 함께 있겠어요."라는 말을 읽고 큰 위안을 받는다.
짐승과 사람 사이에 오가는 이러한 따뜻한 사랑은 그 무엇보다도 읽는이를 감동하게 한다. 사람이건 짐승이건 참된 마음은 반드시 통한다는 교훈을 이 책은 가르쳐 준다.
지은이 니콜라이 칼라시니코프는 1888년 시베리아 미누신스크에서 태어났다. 이르쿠츠크에서 교육을 받고 그 뒤 모스크바에서 사학과 철학을 공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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