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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映像)과 동영상(動映像)번역어(飜譯語) 2023. 7. 4. 22:08728x90
"영상"이란 빛의 굴절이나 반사 등에 의하여 이루어진 물체의 상(像). 영사막이나 브라운관, 모니터 따위에 비추어진다.
그런데 사실 사실 영상(映像)이라는 단어는 "정지된 상(still picture)"을 의미하며, 여기에 움직인다는 의미의 동(動)이 붙어야 video나 motion picture의 의미가 되어 엄밀하게는 구분을 하여야 한다. 그렇지만 한국에서는 보통 '영상'이라고 하면 '동영상'을 의미하며 원래 뜻에 해당하는 정지 화상은 '영상'보다는 '정지 영상' 또는 '사진'이라고 하는 편이다.
표준 국어 대사전에서도 같은 설명을 하고 있다: '영상'은 '빛의 굴절이나 반사 등에 의하여 이루어진 물체의 상/머릿속에서 그려지는 모습이나 광경/영사막이나 브라운관, 모니터 따위에 비추어진 상'을 의미하는 말이고, '동영상'은 '컴퓨터 모니터의 화상이 텔레비전의 화상처럼 움직이는 것'을 의미하는 말입니다.
물론 넓은 의미로 "영상 매체"라 할 때는 video도 포함되지만 개별 단어에서는 구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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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부분에 있어서 2000년대 초반 흥미로운 기고문이 있어 소개해 본다. 세월이 많이 흘렀지만 아직 한국에서는 영상과 동영상을 함께 사용하고 있다.
컴퓨터와 인터넷을 기반으로 한 IT 산업의 급속한 발전과 더불어 수년 전부터 업계는 물론 언론에서도 큰 혼선을 빚고 있는 용어 두 개가 있다. 다름 아닌 '영상(映像)'과 '동영상(動映像)'이란 단어다. 우리 언론은 이 두 용어를 분명한 구분기준 없이 그때그때 혼용함으로써 "영상과 동영상은 도대체 어떻게 다른가"라는 독자와 시청자들의 의문을 부채질하고 있다.
결론부터 말하면 필자의 견해로는 '동영상'이란 말은 불필요한 동어반복(同語反復)이며 '영상'이란 용어 하나로 통일해 사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본다.
국립국어연구원의 표준국어대사전을 보면, '영상'이란 단어의 뜻은 광의로는 '빛의 굴절이나 반사에 의해 물체의 상(像)이 비추어진 것', 협의로는 '영사막(스크린)이나 브라운관, 모니터 따위에 비추어진 상(像)'이라고 풀이돼 있다.
다시 말해 광의적 풀이로 보면 영상은 사진 등 정지 화상(畵像)과 영화 같은 움직이는 화상을 통칭한다고 볼 수 있다. 반면 협의적로는 움직이는 화상, 예를 들면 영화나 TV의 화상을 가리키는 말로 해석된다. 하지만 PC가 등장하기 전은 물론 이후에도 업계나 언론에서 영상이란 말을 쓸 경우 곧 TV나 영화에서 보는, 움직이는 화상이란 뜻으로 해석한 것이 통례였다. 지금도 대학에서는 정지화상을 공부하는 사진학과와 움직이는 화상을 공부하는 영상학과를 따로 구분하고 있다.
한편 '동영상'이란 단어는 컴퓨터 모니터를 통해 움직이는 화상을 구현하는 방법을 연구하면서 생겨난 용어로, 표준국어대사전은 "컴퓨터 모니터의 화상이 텔레비전의 화상처럼 움직이는 것"이라고 정의하고 있다.
이 같은 정의의 연원을 좀 더 추적해 보면 컴퓨터 모니터상에서 '움직이는 화상(Moving Picture)'을 구현하는 방법을 연구하는 국제 전문가들의 모임인 'MPEG(Moving Picture Experts Group)'이 1988년 결성된 데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MPEG이란 단어의 일부인 'Moving Picture'가 한글로 번역될 때 영상이란 기존 단어 대신 '동영상(動映像)'이란 새 단어로 사용한 것이 오늘날과 같은 용어상 혼돈을 초래한 것으로 추정된다.
하지만 움직이는 화상을 의미하는 용어는 영화(映畵 .Motion Picture)가 발명됐을 때 이미 영상이란 단어로 통했고 이후 TV시대가 열리면서도 마찬가지였다. 움직이는 화상이 디지털 시대 컴퓨터 모니터로 구현된다 해서 이를 별도의 동영상이란 용어로 부를 필요가 있을까?
움직이는 화상이 영화 스크린,TV 수상기, 컴퓨터 모니터, 휴대전화 액정화면 등 어떤 곳에서 구현되든 결국 '영상'일 뿐이다. 국어학적으로 보더라도 영상이란 단어에 이미 움직이는 화면 즉 동화상(動畵像) 뜻이 내포돼 광범하게 사용되고 있기 때문에 앞에 굳이 동(動)자를 추가할 경우 '역전 앞'처럼 불필요한 동어반복일 뿐이다.
영어권 언론에서도 영상과 동영상을 구별하지 않고 그냥 'Video Clip' 또는 'Video Footage'로 표현하고 있다. 다만 이웃 일본의 경우 우리의 동영상에 해당하는 단어로, 'Moving Picture(움직이는 그림)'를 뜻 그대로 번역한 '동화(動畵)'란 용어로 사용하고 있다. 그렇지만 이 또한 왠지 어색하고 우리가 의례 사용해왔던 영상이란 단어와 차이점을 발견하기 어렵다.
또 최근 디지털기기의 융복합현상이 가속되면서 TV 수상기와 컴퓨터 모니터, 휴대전화 액정화면 등의 경계가 무너져가고 있다. 똑같은 움직이는 화상이 영화나 TV에 상영되면 영상이고 컴퓨터 모니터나 휴대폰 액정화면에서 구현되면 동영상이라고 구별해 불러야 할 이유가 없다고 본다.
결국 사전적 의미나 용어의 어원, 방통융합이란 시대적 추세 등을 종합 고려할 때 동영상이란 단어는 영상이란 단어 하나로 통일해 사용할 수 있음에도 불필요하게 쓰이는 군더더기 용어라고 밖에 볼 수 없다. 관련 전문가들의 동의나 이의 어느 쪽이든 의견개진을 적극 환영하며, 하루 속히 지금 같은 용어상 혼선이 정리돼야할 것으로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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