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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택트(Untact)번역어(飜譯語) 2020. 6. 20. 21:51728x90
코로나19 감염증 확산 이후 “언택트(Untact)”라는 말이 대유행이다. 부정의 접두사 “언(Un)”에 접촉을 뜻하는 “콘택트(Contact)”를 더해서 “접촉하지 않음”이라는 뜻이라고 한다. 이 “언택트”라는 표현이 처음 등장한 것은 지난 2017년 말의 일이다. 서울대 소비자학과 교수 김난도 등이 출간한 <트렌드코리아 2018>에서 사람 사이의 만남을 대신하는 방식과 인공지능, 사물인터넷(IoT) 등이 접목된 기술을 뜻하는 말로 “언택트”가 처음 소개되었다. 그러다 올해 코로나 사태를 맞으며 대유행을 타게 된 것이다.
“택트(Tact)”는 요령, 재치라는 뜻으로 주로 쓰이며 그 어원은 촉감을 뜻하는 라틴어 “탁투스(Tactus)”라고 한다. 거기에 “콘(con)”을 빼버리고 “언(un)”을 붙인다고 갑자기 “비접촉”이라는 뜻이 생기지는 않는다. 거기에 또 “언택트”에 연결이라는 개념이 더해진 “온택트(Ontact)”라는 말까지 유행하고 있다. 온라인으로 모든 것을 연결하는 현상을 물리적인 언택트로 받아드리는 게 아닌, 온라인을 통해 새로운 연결 방식이 등장한 것으로 이해해야 한다는 움직임이라고 한다.
단적으로 말해, 잠시 업계의 영업 전략이나 유행을 표현하기 위해 만들어진 것 같은 이런 신조어는 사용하지 않는 편이 좋다. 특히 영어를 가져다 만든 조어라면 더욱 그렇다. 혹자는 언어란 살아있는 생물(生物)이며, 쓰는 사람이 많아지면 그것이 곧 표준어가 된다고 주장하지만 그 과정이 얼마나 지난하고 많은 시행착오를 겪어야 하는지 알면 그런 주장은 하기 힘들 것이다. 영어를 국가 공용어로 사용하고 있는 싱가포르가 과거 국제 교역에 사활을 건 도시국가로서 위기감을 느끼고 한 동안 이른바 “싱플리쉬(Singplish)”를 몰아내기 위해 전력을 기울였던 것도 다 그런 이유 때문이다. 언택트라는 말을 굳이 쓰고 싶다면 그 보다는 “비대면”이라는 말이 더 쓰기 적당하며 또 그 “비대면”에 해당하는 올바른 영어 표현이 “non-contact” 혹은 “online”이라는 것 정도는 미리 알아두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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