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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판 문학전집의 복제소년소녀세계문학전집/기타 2020. 6. 24. 23:22728x90
이미 잘 알려진 일이지만 한국전쟁 이후 1960년대에서 1980년대에 출간된 한국의 <소년소녀 전집>류는 대부분이 일본 유수의 출판사들이 펴낸 전집들을 그대로 가져다 번역을 해 펴낸 것이다. 단지 원문이 아닌 일본어 번역을 다시 한국어로 번역하는 이른바 중역(重譯) 문제뿐만 아니라, 겉표지 장정에서 시작해 삽화까지 그대로 가져가 ‘가공’ 과정만 거쳤다는 사실은 당시의 시대상을 감안하더라도 대단히 아쉬운 부분으로 다가온다. 이 과정에서 발생한 정확하지 못한 발음과 표기에 따른 문제는 말할 것도 없다. 다만 계몽사의 경우 이후 다시 소개하겠지만 70년대 <소년소녀 세계명작전집>을 펴낼 때 당시 유명했던 화가 및 삽화가들을 동원했으며 역시 중역의 의혹은 있지만 책 안에 원작자, 번역자, 그리고 삽화가에 대한 소개가 비교적 정확하게 나와 있는 편이다. 다만 삽화의 경우, 일본판을 그대로 가져다 가공을 한 것은 아니지만 일본 판 삽화를 참고하여 한국 삽화가가 비슷하게 그린 경우가 많았다. 그 후 펴낸 <계몽사 문고>의 경우는 그 보다 한 걸음 더 나아가, <세계명작전집>의 뒤를 이어 어느 정도 중역 수준을 벗어난 듯한 품질과 수준까지 보여주는데, 예컨대 번역자의 약력과 전공이 해당 작품의 국적과 어느 정도 일치하며 원작과 관련된 내용을 소개할 때는 원서를 어떤 경로로 입수했는가에 대한 사연도 등장하곤 한다.
중역이나 표절 문제를 넘어서 한 가지 더 생각해볼 문제는 특히 문학 작품을 통해 서구권을 중심으로 하는 외국의 문화를 접하게 될 때 우리가 다른 선택이나 비판, 혹은 재고의 여지없이 과거 일본의 관점과 기준을 그대로 받아들이게 되었다는 사실이다. 적어도 이런 부분에 있어서만큼은 앞으로도 계속해서 풀어나가야 할 묵은 숙제라고 생각된다.
어쨌든, 그리고 어떤 의미로든 우리는 일본에게 큰 빚을 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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