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7년 일본 표절 관련 기사

어린이 도서 이대로 좋은가. 외국 책 표절한 값비싼 전집 류 판쳐

[중앙일보] 입력 1977.05.04 00:00 |

 

자라나는 어린이들에게 독서는 정서를 길러주고 꿈을 심어주는 구실을 한다. 그래서 독서지도는 학교교육에 못지 않은 중요한 일이다. 그러나 아동도서에 문제점은 없는가. 어린이날을 맞아 학교에서의 독서지도·아동도서의 문제점 등에 대해 관계전문가들의 의견을 종합해본다.

아동도서의 출판은 상당한 활기를 띄고 있다. 그만큼 책을 찾는 어린이들이 많기 때문이다. 출판문화협회가 집계한 지난해 종별 발행 부수를 보면 아동도서는 총 2백20만6천 권으로 일반문학도서(6백39만7천7백50권), 사회과학도서 (2백23만6천3백7권)에 이어 세번째로 많은 양을 출판했다.

허황한 괴기물 등은 오히려 나빠. 향토애 심어줄 「우리작품」바람직. 일본 것 그대로 베껴서 30권에 8만원씩 팔기도

국내 아동도서의 문제점으로는 ⓛ저질의 도서 ②비싼 정가 ③외국번역물의 과다 ④무책임한 필자 ⑥저렴한 원고료 등이 지적되고 있다.

최근에 출판되는 아동도서는 어린이들의 흥미와 호기심에만 너무 치우친다고 아동문학가 박화목씨는 비판한다. 허황된 모험담·괴기 물은 오히려 어린이들의 정서를 해친다는 것이다. 외국책을 양식의 기준도 없이 그대로 베껴내는 것도 질을 떨어뜨리는 원인이 되고 있다.

한 출판사의 「컬러」세계문학전집은 30권에 8만원씩 하는 대형 전집인데 일본의 소학관 책을 내용·삽화·장정을 80%이상 베껴내고 있는 실정이다. 박화목씨는 『세계의 명작도 좋지만 이제부터는 우리의 창작물을 많이 출판해서 우리 고유의 가치관이나 향토애를 심어 주도륵 해야할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아동도서의 가장 큰 문제는 값이 너무 비싸다는 것이다. 현재 나와있는 아동 도서의 대종은 어린이 세계문학전집 류·위인전기 류·동화전집 류·백과사전 류 등으로 대부분 10권 이상의 전집들이다. 이들의 값은 3, 4만원에서 최고로는 T출판사의 10만원까지 다양하다. 이들 전집들은 대부분 외판을 통해 직장이나 가정의 주부를 상대로 집요한 판매행각을 벌인다. 대형 호화판의 아동도서의 양산은 질을 떨어뜨리는 당연한 결과를 낳는다. 단시일 안에 적은 자본으로 호화판을 만들기 위해 타사의 책을 표절하는 소동을 빚기도 한다.

업자들은 내용이나 질보다는 대형 호화판에 값이 비싸야 오히려 잘 팔린다는 것이 이구동성이다. 그리고 한국 동화집보다는 세계동화집이, 또는 한국문학보다는 외국문학이 더 잘 팔린다는 얘기. 학부모인 박인애씨(34·서울 도봉구 수유동)는『아동도서가 엄두도 못 낼 비싼 값이어서 티없이 자라야할 어린이들의 마음에까지 좌절감을 심어주는 형편』이라고 했다.

강남구 신천 초등학교 김송자 교사는 바람직한 어린이 책의 선별 방법으로『집에 앉아 외판원들의 권유에 따르는 것보다는 직접 어린이를 데리고 책방에 나가 많은 책 가운데서 골라주는 것』이 좋다고 했다.

아동문학가이며 아동 도서출판에도 관여하고 있는 어효선씨는 조잡하고 값비싼 외국 전집 물 보다는 국내 작가들의 동학·동시를 통해 아름다운 우리말과 어법을 익혀야 할 것이라며 그러기 위해서는 아동도서 원고료를 다른 고료와 같게 현실화하고 새 필자를 찾아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학교에서의 독서지도에도 문제는 있다.

아동문학가 이원수씨는 우선 초등학교의 도서실 운영이 제대로 되지 않고 있다고 했다. 학생 수에 비해 규모나 시설이 크게 뒤떨어져 낡은 책이 고작이란 것. 또 문교부가 선정하는 우량도서 선정도 행사에 그치기 일쑤며 초등학교 어린이들에게 읽힐 추천도서도 위인전 등 한정된 분야에 그친다 는 것이다. 이씨는 자유학습의 날 등을 이용해 독서의 습관화를 길러주는 것도 바람직하다고 했다.<김준식 기자> 

[출처: 중앙일보] 어린이 도서 이대로 좋은가 |외국 책 표절한 값비싼 전집 류 판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