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 시베리아 망아지
인터넷에 올라와 있는 줄거리를 참고로 여기에 적어둔다.
아기말의 탄생
바이칼 호수 근처 카반스크 마을. 게라심 오젤로프 집안만은 불을 밝히며 잠들지 않고 있었다. 게라심 노인이 좋아하는 검은 암말 '다바자'가 아직 진통 중이었기 때문이다. 아흐레 전에 벌써 낳았어야 할 아기말이 아직 나오지 않았다. 먹지도 못하는데다 추위도 매서웠다. 게라심 노인의 10살 짜리 막내아들 데니스도 잠들지 않고 말을 돌보는 방법이 적힌 큰 책을 읽고 있었다.
어느날 마을 언저리의 금광 주인 집으로 가던 커다란 수말 한 마리를 치료 해주고 돈 대신 다바자와 교배시킨 후 게라심 노인은 어떤 때보다도 이번의 아기말을 큰 즐거움을 가지고 기다렸다. 다바자의 튼튼함과 씩씩함이 영국 태생의 날쌘 경주마 경력의 그 말과 어울려 아주 좋은 아기말이 태어날 것 같았기 때문이다. 게라심 노인은 데니스에게 이번에 태어날 말을 그에게 주겠다고 한터라 데니스는 더욱 기뻐했다.
1911년 2월 27일 먼동이 틀 무렵 다바자가 드디어 아기말을 낳았다. 이름은 점퍼로 지어졌다.
새로운 세계
아기말은 새로운 세계를 접하고 조금 무서웠지만 곧 엄마의 젖을 먹고 따뜻함을 느끼며 잠든다.
내 이름은 점퍼
게라심 노인이 젖 때가 되면 엄마말에게 아기를 데리고 갔다가 다시 데리고 나온다. 며칠이 지나지 않아 점퍼는 혼자 서서 움직일 수 있게 되었지만 아직 아늑한 잠자리에서 멀리 나갈 용기는 없다. 뜰 안의 닭에게 혼쭐이 나면서 어떤 것을 믿고 어떤 것을 조심해야 하는지도 조금씩 배워나간다. 점퍼는 노인을 가장 믿었고, 그 다음 노인을 따라오는 어린 소년도 믿었다. 소년이 종종 데려오는 텁수룩한 개도 친구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점점 집 안의 세계가 익숙해지면서 점퍼는 이곳저곳 돌아다니며 말썽을 피운다. 하루는 게라심 노인이 돌아오더니 점퍼의 목에 밧줄을 감아 기둥에 묶어 버렸다. 점퍼는 자기가 일을 저질러서 그런 것인줄 모르고 슬프게 울었다. 목을 매이고 점퍼는 노인과 소년을 더욱 기다리게 되었고, 그들이 부르는 소리가 마침내 자기 이름임을 깨닫는다.
날이 더 따뜻해지면서 점퍼는 안채에 따로 자지않고 엄마와 함께 있을 수 있게 되었다. 다른 말들도 정다운 눈길로 지켜봐주고, 모두 친절히 대해 주었다. 점퍼가 사는 세계는 아무 걱정이 없는 세계였다.
점박이 암말
봄이 왔다. 봄이 되자 점퍼와 다바자는 아침마다 새 짚을 깔아 놓은 조그만 우리로 갔다. 시원한 바깥 생활이 시작되었다. 점퍼는 점박이 암망아지의 관심을 끌려 애썼다. 암망아지 엄마가 화를 내었지만 다바자가 더 무서운 기세를 보이자 망아지를 데리고 달아나버렸다. 그러나 그 다음부터 암망아지와 점퍼는 친구가 되었다.
점퍼는 사람의 손길이 닿는 기쁨을 알게 된다. 사람과 짐승은 서로 믿음을 갖게 되고 점퍼도 사람들과 더욱 굳은 관계를 맺어나갔다. 게라심 노인이 다바자를 타고 잠깐 들판으로 나갔을 때 점퍼도 따라 나갔지만 아직은 불안해한다. 하지만 조금은 더 어른이 된 느낌을 가졌다. 점퍼는 게라심 노인이 주인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고, 주인에게 사랑받는 것을 좋아했다.
성난 마음
어느날 점퍼는 다른 말들이 있는 큰 우리로 가게 되었다. 그 곳에는 자기 또래의 말부터 어른 말들까지 다양한 말들이 있었다. 점퍼는 친구인 점박이 암망아지의 관심을 끌기 위해 너무 까불다가 다른 말들의 미움을 받아 위기에 처한다. 그 때 게라심 노인이 그 상황을 보고 호통을 쳐서 점퍼를 구해준다. 다시 상황은 안정되고 점퍼는 큰 말우리 안의 한 식구로 받아들여졌다.
보기 흉한 거세말
점퍼는 젖을 먹거나 잘 때는 엄마와 함께 있지만 낮에는 큰 우리에 가서 다른 말들과 함께 있다. 점박이 암망아지의 엄마라거나 밤색 망아지 같은 무서운 존재도 있지만 점퍼의 엄마 다바자는 매우 서열이 높으므로 점퍼는 안전했다. 점퍼는 상냥해서 거의 모든 말들과 친구가 되었다. 밤색 망아지 말고도 점퍼와 친하지 않은 존재가 또 있었다. 늙은 거세말인데, 겉모습이 매우 흉했다. 늙은 거세말은 언제나 뜰 한 쪽에 누워 있기만 했다. 어느날 점퍼는 늙은 말이 싫어져서 그에게 까불어보이다가 다바자에게 혼이 난다. 다바자와 늙은 말은 오랜 친구 사이였던 것이다.
장마철로 접어들면서 점퍼는 갑갑해서 짜증을 내고 엄마를 귀찮게 하다가 물리기도 한다. 가장 큰 즐거움은 게라심 노인과 데니스 소년이 찾아와주는 일이었다. 그들과 함께 있으면 모든 불만이 사라졌다.
돌아온 초여름
점퍼가 기다리고 있던 것은 여름이었다. 여느 때보다 긴 장마철이 끝나고 드디어 햇빛이 가득했다. 큰 우리에서 다시 만난 말들은 모두 기뻐했다. 밤색 망아지는 여전히 심사가 뒤틀린 듯 했고 늙은 거세말은 더욱 흉해져 있었지만. 초여름과 함께 다시 우리 안에 갇힌 생활에 시작되었다. 점퍼는 모든 생활이 즐겁기만 했다.
말은 사람과 같다
다바자가 끄는 짐마차에 게라심 노인과 데니스가 있고, 그 곁에 점퍼가 있었다. 노인과 소년이 점퍼에 대해 이야기를 하자 점퍼는 기뻐한다. 노인은 소년에게 사람이든 동물이든 매로 다스려 말을 듣게 하는 것보다는 사랑을 주어야 한다고 말한다. 노인은 데니스 소년에게만은 매를 들지 않았고 늙은 거세말에게도 31년 이상 채찍질 한 번 하지 않았다. 데니스의 할아버지는 돌아가시면서 그 거세말을 끝까지 돌봐주라는 유언을 남겼다. 다바자도 영리하고 아주 좋은 말이어서 매질을 할 필요가 없었다. 친구처럼 사랑하고 믿음을 주며 훈련을 시켰다. 사람과 같이 말도 말귀를 못 알아듣고 아무리 때려도 소용없는 말도 있기 마련이다. 노인은 밤색 말은 의심이 많고 어리석고 화를 잘 내기 때문에 거세를 시킬 것이고 새끼는 흰 말과 점퍼에게서 얻기로 한다.
늙은 말의 죽음
봄날은 하루하루 즐거웠다. 하지만 늙은 거세말은 너무 쇠약해져서 한 번 일어설 수도 없어 내내 같은 자리에 누워 있었다. 어느날 말들이 웅성거리는 겁 먹은 소리에 점퍼는 다른 말들이 보고 있는 쪽을 보게 된다. 늙은 말이 이상하게 움직이지 않고 있었다. 거기에는 소름끼치는 무서움이 감돌고 있었다. 밤 사이에 늙은 말에게 죽음이 살며시 찾아왔던 것이다. 게라심 노인이 일꾼을 몇 사람 데려와 죽은 말을 들어내갔다. 점퍼는 늙은 거세말의 죽음 이후 장난만 치던 망아지에서 조금 더 성장하게 된다. 봄이 되자 말들은 야외로 나간다. 밤이 되어도 집으로 돌아가지 않고 밖에서 밤을 새었다. 점퍼는 들판의 생활을 통해 여러가지 감각을 키운다. 어느날 게라심 노인은 다바자와 점퍼를 데리고 사냥을 간다. 총소리에 점퍼는 깜짝 놀라지만 엄마가 아무렇지 않아 하는 모습을 보고 곧 진정하게 된다. 게라심 노인은 그런 점퍼를 칭찬하였지만, 아직 점퍼는 사냥 같은 것보다는 그저 넓은 풀밭에서 뛰노는 것이 더 좋은 어린 말이었다.
엄마와의 이별
한여름이 되었다. 이따금 게라심 노인과 다바자는 사냥 소풍을 갔다. 엄마는 이 소풍을 아주 좋아하였지만 점퍼는 싫었다. 그러나 차츰 싫은 일을 견디고 체력이 늘면서 참고 견디는 것도 잘 하게 되었다. 어느날 점퍼는 다바자와 젊은 검은 말이 사이 좋게 있는 것을 보고 끼어들려고 했지만 검은 말은 성을 내었고 이상하게도 다바자는 그걸 막지 않았다. 점퍼는 엄마가 이제 자기와 멀어졌다는 것을 깨닫고 슬펐다. 아침이 되자 머슴들이 젊은 말을 끌고 나가고 엄마도 다시 상냥해졌지만 점퍼는 불안했다. 점퍼는 젖을 떼고 엄마와 멀어지게 된다. 젖 대신 다른 먹이를 먹게 되고 엄마와는 만날 수 없다.
엄마를 떠나서
엄마가 그리워서 점퍼는 소동을 피웠지만 엄마는 보이지 않았다. 점퍼가 우울해하며 하루하루 시들시들해지자 게라심 노인은 다른 말들이 있는 우리에 점퍼를 넣어준다. 하지만 그곳에서도 여전히 엄마는 만날 수 없었다. 대신 점퍼는 자기도 모르게 게라심 노인과 데니스 소년에게 더욱 의지하게 되었다. 점퍼는 사람들 세계로 점점 끌리며 힘을 되찾아간다. 그즈음 점퍼의 친구 암망아지도 젖을 떼게 된다. 암망아지의 슬픈 소리에 점퍼가 날뛰자 노인은 암망아지와 점퍼를 함께 놓아둔다. 점퍼는 다른 망아지들과 어울려 슬픔을 잊고 어린 시절을 보내고 있다.
참혹한 싸움
8월은 곡식을 거두는 철이라 카반스크 마을에서 가장 고요한 달이다. 점퍼는 몸이 점점 커지고 새로운 것도 많이 익혔다. 어느날 다른 말 떼와 섞여 멀리 여행을 간다. 말 떼는 다른 말 떼와도 합쳐 점점 커졌다. 이윽고 풀밭에서 풀을 먹으며 자리를 옮겨다녔는데, 하루가 지나도 집에는 가지 않았다. 점퍼는 이 곳에서 드디어 엄마를 만나지만 이제는 서로 잠깐 냄새를 맡아보기만 하고 마는 싱거운 만남이었다. 대자연 속에서의 생활은 새롭고 위험했다. 밤에 이리 떼가 가까이 오기도 했고, 말들끼리 패가 나뉘어 싸우기도 했다. 지도자 격인 두 젊은 말이 격하게 싸우는 것을 보고 점퍼는 너무나 무서웠다. 일꾼들이 달려들어 떼놓지 않았다면 두 말은 죽을 때까지 싸웠을 것이다. 점퍼는 그 싸움을 본 후 더욱 충돌을 피하게 되었다. 점퍼는 풀밭의 자유로운 생활이 재미있었고 배운 것도 많았지만 그래도 안전한 집이 더 좋았다.
밤색 말과의 대결
여름이 가고 가을이 지나가고, 시베리아의 겨울이 다시 찾아왔다. 점퍼는 부자유스런 겨울 생활에 익숙해졌다. 동물들은 추위를 피해 막사 안에서 서로 몸을 대고 살아간다. 점퍼는 그런 것이 고통스럽지 않고 오히려 힘이 났다. 한겨울이 되면서 가축들의 생활은 더 힘들어졌다. 모두 신경이 날카로워져 있었다. 어느날 점퍼는 밤색 망아지와 싸움을 벌이게 되고 점퍼가 이긴다. 이제 모두 그에게 짓궂게 굴지 않고 두려운 눈으로 그를 바라본다. 점퍼는 이제 1살이 되고, 약한 자를 지켜주는 존재가 되었다. 점퍼는 어른말이 되어가고 있었다. 점퍼는 어딘가 모르게 남달랐다. 몸집이며 몸짓이며 이상하게 사람들과 잘 사귀는 붙임성 등 다른 말들과 다르고 의젓해 보였다. 하지만 점퍼는 태양이 필요한 것과 같이 사람을 필요로 했다.
오젤로프 집안의 표지
두 번째 봄과 여름을 맞이 했을 때 점퍼는 강한 호기심과 자신감으로 가득 차 있었다. 그리고 이제 엄마 다바자를 만나도 별다른 감정을 보이지 않는다. 이제 서로 필요하거나 돌보아줄 시기는 지난 것이다. 점퍼가 암망아지가 점점 눈에 들어오면서 자기 혼자 암망아지와 함께 있고 싶다고 생각할 무렵, 망아지들에게 뜻밖의 일이 일어났다. 게라심 노인이 벌겋게 달아오른 쇠막대기를 가지고 서 있었다. 게라심 노인은 괜찮다고 말해주었지만 낙인이 찍히는 순간 무시무시한 고통을 겪고 점퍼는 비명을 지른다. 하지만 노인과 소년의 친절로 다시 믿음이 살아나고, 아픔이 사라지면서 차츰 그 날의 기억도 흐려졌다. 그러나 점퍼의 왼쪽 귀와 오른쪽 엉덩이의 상처는 언제까지나 사라지지 않고 오젤로프 집안의 말임을 증명하는 표지로 남아 있었다.
데니스 소년을 떨어뜨리다
올해 겨울은 전과 달리 점퍼와 흰 말은 대단한 손님처럼 사치스러운 대접을 받고 지내고 있다. 마구간도 넓고 공기도 맑았다. 점퍼는 조금씩 여러가지 훈련을 받기 시작했다. 재갈이 물려지고, 안장이 올려졌다. 어느날 데니스가 자기 위에 타서 고삐를 잡아 당기자 점퍼는 무서워서 몸부림을 치다 소년을 떨어뜨린다. 하지만 소년은 웃으며 점퍼를 도닥였고 차츰 점퍼는 사람의 신호에 익숙해졌다. 점퍼는 사람을 완전히 믿게 되었고, 사람이 현명하다는 것을 조금도 의심하지 않았다.
경주
점퍼는 자기 또래 망아지 중 자기가 가장 뛰어나다는 것을 알고 있었고 그 점을 자랑스러워했다. 2살이 될 무렵 점퍼는 등에 사람을 태우고 다니게 되었고, 가벼운 썰매 같은 것도 고삐만 다루어 주면 잘 끌고 나가게 되었다. 다른 말과도 짝을 지어 잘 해냈다. 데니스와 점퍼는 많은 경주에서 이긴다. 옛 러시아에서 큰 명절인 성회 수요일, 점퍼는 뭔가 다른 분위기를 느낀다. 갈기와 꼬리에 리본이 장식되어 있고, 지난 며칠 동안 먹이의 양도 부쩍 줄고 밤에는 몰래 끌려나가 경주 연습도 했기 때문이다. 이날 아침에도 점퍼는 물만 조금 마시고 아무 것도 먹지 못했다. 게라심 노인은 점퍼의 요구를 들은 척도 하지 않았다. 하지만 데니스 소년은 점퍼가 가엾어 보여서 아버지 몰래 귀리와 물을 조금 주게 된다. 축제 행사의 하나로 마을 경마가 열린다. 하지만 점퍼는 이상하게도 뱃속이 부글거리며 평소처럼 빠르게 뛰지 못한다. 이윽고 노인은 점퍼가 왜 그렇게 된지 알아차리고 약을 먹인다. 다 낫고 나서 점퍼는 매일 산책을 시작한다. 이따금 암말이 눈에 띄면 기분이 이상해졌다. 점퍼는 이제 3살이었다. 어른이 다 되어 있었다.
점퍼의 사랑
점퍼는 오랜만에 흰 말을 보게 되자 갑자기 화가 나서 신경전을 벌이다 일꾼들의 야단을 맞는다. 다른 말들은 넓은 들판에서 뛰놀고 있지만 둘은 자기 우리 안에만 계속 있어야 했고 너무 답답해서 서로 분풀이를 했던 것이다. 어느날 점퍼와 흰 말은 점박이 암말이 가까이 있는 것을 보고 가만히 있지 못한다. 두 말은 울짱을 넘을 수 없어 답답해하였다. 점퍼는 여러 번 시도 끝에 울짱을 혼자 뛰어넘어 암말과 사랑을 맺는다. 노인과 소년은 다음날 뒤늦게 점퍼가 우리를 뛰어넘은 것을 발견하고 놀랐지만 다행히 점퍼는 아무 상처도 입지 않았다.
곰의 습격
점퍼는 이제 망아지가 아니지만 어른말이 해야 하는 공부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시원한 계절이 되자 게라심 노인은 늘 점퍼를 타고 숲으로 덮인 언덕으로 올라갔다. 데니스 소년도 얌전하고 느린 흰 거세말을 타고 삽사리와 함께 뒤를 따랐다. 어느날 다섯식구는 숲 속에서 며칠동안 야영을 했다. 경험 많은 흰 거세말의 행동을 점퍼는 충실하게 배워나갔다.
어느날 밤 두 말은 풀을 뜯어 먹다가 곰을 만났다. 점퍼는 달아났지만 거세말은 넘어져 있는 나무에 발이 걸려 쓰러졌다. 게라심 노인이 곰을 잡았지만 흰 거세말도 죽었다. 그리운 안뜰에 돌아온 점퍼는 평화로움을 느꼈지만, 집이 영원히 안전한 곳마는 아니었다. 어느날 한밤중에 마을에 큰 불이 났고, 점퍼는 재빨리 썰매에 매어져 집안 살림살이들을 날랐다. 다행히 게라심 노인의 집은 피해를 입지 않았지만 점퍼는 그날 밤의 화재로 불에도 여러가지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이리 떼의 습격
게라심 노인이 모든 말 가운데 특히 점퍼를 좋아한다는 것은 점퍼 자신 뿐 아니라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이었다. 점퍼가 인기를 끄는 것에는 명랑하고 재주 있으며 애교가 넘치는 까닭도 있지만, 어느 1월 밤의 사건으로 영웅이 된 바도 한 몫했다. 그날 게라심 노인은 소년과 함께 다른 마을로 가서 크게 놀았다. 노인은 술을 많이 마셨고 많은 사람들이 그를 부축해서 썰매에 태웠다. 집으로 가는 도중 이리 떼가 그들에게 바싹 달라붙었다. 소년은 울먹이며 점퍼를 격려했고 점퍼는 열심히 달렸지만 자신감이 없었다. 그 때 게라심 노인이 눈을 뜨고 얼른 고삐를 잡아 점퍼에게 용기를 주었다. 이리가 점퍼의 목을 물어 썰매를 세우려 했지만 점퍼는 이리를 피했고 무사히 집에 돌아온다. 점퍼는 사람들로부터 사랑을 받고 그들이 기뻐하는 것을 보자 매우 흐뭇해졌다.
점퍼의 아기말
이리 떼 사건이 있은 뒤 점퍼는 유명해졌다. 마부들도 점퍼를 달리 보고 특별하게 대우했다. 이즈음 점퍼는 평소에는 자신을 직접 돌봐주지 않아 신경을 쓰지 않고 있던 게라심 노인 집안의 여자들을 처음으로 인식하게 된다. 여자들은 점퍼를 귀여워하며 맛있는 것도 많이 주었다. 그 중 데니스 소년의 부인을, 게라심 노인과 데니스 소년 만큼은 아니지만 믿게 되었다. 어느날 점퍼는 점박이 암말과 함께 서 있는 망아지 한 마리를 보게 된다. 바로 점퍼의 새끼였다. 게라심 노인이 망아지를 데려와 점퍼의 코 밑에 밀어 넣으며 가르쳐주었다. 점퍼는 말을 알아듣지는 못했지만 귀여운 아기말이 자신을 바라보는 것을 보니 행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