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4 초원의 집
34. 초원의 집(Little House on the Prairie), 로러 잉걸스 와일더, 장왕록 역
이 책은 내용 상 7권 <큰 숲 작은 집>과 바로 연결이 된다. 다만, 최종적으로 완성된 이 연작의 순서대로 보면 3번째 책으로, 2번째 책은 저자 로러의 남편 알만조 와일더의 어린 시절을 그리고 있다. 연작 중에서 이 제목이 연작을 대표하게 된 건 아무래도 1974년부터 1984년까지 미국 NBC 방송국에서 방영한 텔레비전 연속극 제목 때문인 듯 하다. 이 연속극은 이 <초원의 집>의 내용부터 시작해 이후 이어지는 내용을 적당히 각색해서 만들어졌고, 특히 정규 방송 전 특별편으로 제작된 방송을 보면 이 <초원의 집>을 거의 그대로 옮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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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 해설>
넓게 굽이치며 끝없이 펼쳐진 푸른 초원. 그 곳에는 봄볕처럼 가슴속에 스며 속삭여 주는 크나큰 사랑의 이야기가 있다.
생명의 신비가 자취를 감춘 듯 숨어서 숨쉬며 사람의 손길을 기다린다. 울긋불긋 꽃으로 치장하기도 하고, 미소로 시를 읊어 주기도 한다. 물씬물씬 풍기는 풀향기가 삶의 기쁨을 노래해 주기도 한다.
이 이야기의 주인공 로러는 오클라호마의 이러한 초원으로 식구들과 함께 이사 간다. 이사하기 전까지의 큰숲의 통나무집에서 지내면서 숲이 베푸는 은혜, 숲이 숨긴 비밀을 배운 로러에게 이 곳의 초원은 또 다른 놀라움의 세계였다. 로러는 아버지 찰스, 어머니 캐럴라인, 언니 메리, 동생 캐리와 함께 초원에서 소박한 삶을 이어가며 오붓한 행복을 누린다. 바람에 풀잎 스치는 소리가 포근하게 가슴속에 파고들어 어린 로러의 마음을 키워 준다. 초원 저 끝에 강이 있고 강가에 조그만 숲이 있다. 밤에는 그 숲에서 나이팅게일이 초원의 자장가를 불러 준다. 낮에는 들토끼들이 풀밭에 뒹구는 로러 가까이에서 즐겁게 장난치다가 키큰 풀숲으로 숨어들고, 강가 숲 쪽에서 다람쥐들이 초원까지 멀리 놀러와 로러를 빤히 쳐다본다.
숱한 짐승과 새들에게는 물론 로러에게도 초원은 낙원이었지만 즐거움만 있는 곳은 아니었다. 초원엔 두려움도 있다. 표범 같은 무서운 짐승도 있고, 또 뜨거운 땡볕 아래서 검은 땅을 일구어 씨를 뿌려야 했다. 인디언들이 초원으로 몰려와 축제를 벌여 북을 쳐댈 때는 가슴이 조마조마하여 밤새도록 잠을 이룰 수가 없었다. 로러의 키를 넘는 풀밭에 있는 빨간 땅이 내비치는 터널 오솔길은 몇 발짝만 걸어들어가도 무서워서 오싹 소름이 끼친다.
그러나 통나무집 안에는 밤이면 오붓한 행복이 있었다. 아버지가 바이올린을 켜면서 부르는 노래 소리는 로러 자매에게 꿈의 날개를 한껏 펴게 해 준다. 이렇듯 대자연의 허허벌판 속에서 맨손으로 새 삶을 찾아낸 로러네 가족은 통나무집에서 행복을 차곡차곡 쌓아 가며 즐거운 앞날을 꿈꾸고 있을 때 뜻밖에 그 곳을 떠나야 하게 된다. 그곳은 인디언만이 살 수 있도록 정부가 지정한 인디언 보호구역이었던 것이다.
군대가 몰려온다는 소식을 들은 아버지는 들짐승처럼 내쫓기기 전에 스스로 떠나기로 결심한다. 행복한 왕국을 세우려던 꿈이 풀밭을 스치며 지나가는 바랍처럼 사라져 마침내 초원에서의 삶을 끝맺게 된다. 그리하여 또다른 정착지에서 초원과 더불어 새로운 삶을 엮어가는 것이다. 이 '초원의 집'은 자연이 베풀어 주는 지혜와 신비가 사람들을 얼마나 기름지게 해 주나를 현대 문명 속에서 사는 우리들에게 가르쳐 준다. 첫페이지부터 개척자의 힘찬 삶에 가슴이 뛰고 앞날에 대해서 밝고 건전한 꿈을 가꾸게 된다. 이 작품은 텔레비전 '초원의 집'으로도 널리 알려져 세상 사람들을 꼼짝 못하게 붙잡아 놓았지만 텔레비전으로는 도저히 전할 수 없는 아름다운 시가 이 책에 실려 있다.
♠지은이에 대하여 ♠
지은이는 주인공과 이름이 똑같은 로러 잉걸스 와일더이며 이 이야기는 바로 지은이의 자서전이다. 1867년 미국 위스콘신 주에서 태어난 로러는 소녀시절을 큰숲의 통나무집, 초원의 집, 미네소타 주, 사우스다코타 주로 옮겨 살면서 평생을 초원과 함께 살았다. 결혼한 뒤에도 남편 알만조와 함께 미주리 주 맨스필드의 농장으로 옮겨 행복하게 살았다. 1931년, 로러 여사가 64살 때 지난날의 잊을 수 없는 추억을 되살려 작품을 쓰기 시작하여, <큰숲 작은집>을 세상에 내놓았다.
그것을 읽은 사람들은 엄청난 대자연의 신비 속에 살면서 필요한 모든 것을 만들어가며 행복한 삶을 창조해 가는 굳고 억센 개척차 정신에 가슴 뭉클한 감동을 받았으며, 자연의 은혜에 새삼 눈을 뜨며 놀랐다. 다음 이야기는 그 뒤 이야기 '초원의 집'을 쓴 것이다. 로러 여사는 이 뒤에도 여러 권의 책을 썼다. 그 모두가 '초원의 집' 뒤의 이야기다. 플럼 크리크 냇가에서의 삶, 불하농지인 실버 호숫가에서의 삶, 초원의 읍에서의 삶......이 작품 모두가 온 세상, 여러 나라 말로 옮겨져 현대의 명작이 되었다. 여사는 1967년 2월 90살로 세상을 떠났다. 여사가 살던 맨스필드의 집은 로러 잉걸스 와일더 기념관이 되었는데, '초원의 집'을 읽고 깊은 감동을 받은 세상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고 찾아든다. 그리고 그 곳에는 관리인이 있어서 로러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 준다. 아름다운 꿈처럼 자연과 더불어 살았던 여인의,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이야기를.
지금 미국에서는 5년마다, 가정에 사랑과 꿈과 용기를 심어주는 뛰어난 작품에 주는 로러 잉걸스 와일더 상이 마련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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